말보다 오래가는 마음에 대하여
대학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는 1년 만에 만났다.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 자주 만나지 못한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어 자주 연락을 주고받긴 하지만, 나는 역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만남이자 연결이라고 믿는다.
오랜만에 본 친구는 놀라울 정도로 어색하지 않았다. 우리는 마치 어제도 본 듯 자연스럽게 웃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그동안의 근황을 나누고, 소소한 이야기에도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러다 잠시 침묵이 드리워지면 창밖 풍경을 보면서 각자의 생각에 잠긴 채 달콤한 침묵을 즐겼다. 사람 사이라는 게 참 묘하다. 보지 못한 시간이 길어지면 어색할까 봐 걱정하지만, 막상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가까워진다. 그리고 나는 그런 관계를 지향한다.
어릴 적부터 나는 깊은 연결을 추구해 왔다. 그런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은, 내 인생이 꽤 괜찮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기분마저 든다. 어색할 수 있는 침묵도 평온함으로 다가오는 사이. 우리 사이에 말이 없더라도 그 시간조차 충분히 소중하고 따뜻하다. 나는 그런 사이가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굳이 무언가를 빼곡하게 채우지 않아도 괜찮은 사이. 열 마디 말보다 한 마디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사이. 좋은 관계란 어쩌면 말없이 곁에 있기만 해도 힘이 되는 관계가 아닐까.
1년 만에 본 친구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의 지난 시간을 추억하게 만들었다. 함께 보냈던 대학 시절의 웃음과 감정이 잠시 우리 곁에 돌아온 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나에게는 요즘 지친 일상에 문득 찾아온 힐링 같은 시간이다.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요해진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