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날 우주만큼 좋아해?

기대와 서운함 사이

by 챤현 ChanHyeon

"나는 너를 이마아아아안큼 좋아하는데, 너는 아니야?"


네 마음이 내 마음의 크기만큼은 아니라는 걸 느낀 순간, 나는 괜히 서운해졌어.

팔을 더 크게 벌리면서 유치하게 '하늘만큼 땅만큼, 아니, 우주만큼!'이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지.

방금까지만 해도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하던 내가 조금씩 표정이 굳어지니 너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어.


"아니야, 나도 너 좋아해. 내가 표현이 어설퍼서 그래. 미안."


너의 눈빛이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흔들리는 게 보였어.

'갑자기 얘가 또 왜 이러나?' 마치 이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야.


말을 해야 알지, 표현하지 않으면 어떻게 알아?

사실 나도 알고 있었어. 이러지 않아야 한다는 걸.

나는 내 마음을 충분히 꺼내서 보였으니, 너도 네 마음을 꺼내서 보여줘.

마치 네 마음을 시험하듯.


사람은 참 간사해.

좋아하는 마음을 건네면, 그 마음이 어떤 방식으로든 돌아오길 기대하잖아.

선물을 하면 그 선물을 받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표정을 보인다던가,

다음날 그 선물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그런데 너무 기대하고 있으면 오히려 내가 피곤해지더라.

마음은 주는 걸로 끝내야 하는데. 주는 마음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기쁨만 느끼면 되는 건데.

하지만 그 마음이 되돌아오길 바라는 나를 외면하는 게, 솔직히 쉽지는 않더라.

주고 나면 잊어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아.


마음은 언제나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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