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모드 인생, 나쁘지 않아

스마트폰이 조용해지면 세상이 들린다

by 챤현 ChanHyeon

내 첫 스마트폰은 삼성 갤럭시 S2였다.

그걸 손에 넣은 날은 내가 새로운 세상에 입국한 날이었다.

군에 입대하기 전 삼성 갤럭시 S가 등장했는데, 그때만 해도 삼성에서 출시한 뉴초콜릿폰 같은 건가, 하고 말았다. 세상은 2년 만에 크게 변했다. 제대 후 밖으로 나오니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늘어났다. 나는 하나를 결정할 때면 오랫동안 고민하는 버릇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연락처가 필요하니 휴대폰을 사야 했지만 무엇이 좋을지 몰라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사게 된 게 삼성 갤럭시 S2. 그걸 손에 쥔 날부터 내 삶은 바뀌었다.


심심하고 지루할 틈이 없다. 잠깐 집 앞 편의점에 갈 때도 이어폰을 끼고 가고, 산책할 때도 스마트폰이 손에 있어야 했다. 식당에서 잠깐 기다려야 할 때는 어김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친구들과의 대화나 독서로 비어 있는 시간을 채웠는데, 그때와는 너무도 달라진 삶이었다.


특히 메신저와 SNS가 그랬다. 알림이 울리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일단 알림을 눌렀다. 나는 어느새 알림의 노예가 된 듯 행동하고 있었다. 답장은 최대한 빨리 해야 직성이 풀렸고, 가끔은 알림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마치 울린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기도 했다. 'ㅋㅋㅋㅋㅋ' 별 의미 없는 한 줄마저도 나를 답장의 압박에 빠뜨렸다. 답장이 늦으면 상대가 기다리지 않을까? 답장을 빨리 해줘야 상대도 안심할 수 있을 거야. 과연 내 생각처럼 답장이 늦는다고 목 빠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렇게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점점 내가 스마트폰에 먹히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결국 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알림을 모두 무음으로 바꾼 것이다. 놀랍게도, 세상은 전혀 무너지지 않았다. 일상을 보내다가 필요할 때만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문자메시지 몇 통, 앱 알림 몇 개. 내가 확인하고 싶을 때만 확인하니 알림의 노예에서 벗어난 기분이었다. 화면을 덜 보게 되니 그 시간에는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요즘은 다시 책을 읽기도 하고, 이렇게 글을 쓰며 비어 있는 시간을 채운다. 잠시 스마트폰과 떨어져 있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는 건 없다. 길에서 고양이와 인사 나누고, 길을 걷다 구름이 예쁘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무음모드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스마트폰이 울리지 않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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