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흠집이 우릴 더 단단하게
새 책을 샀다. 모서리가 살짝 찍혀 있었다.
전체로 보자면 극히 미세한 일부분이지만, 그곳에 시선이 머문다.
손끝으로 찍힌 모서리를 만져본다. 부드럽게 만져져야 할 모서리가 탁, 하고 걸린다.
새것이라 더 마음이 쓰인다.
나는 책을 최대한 깨끗하게 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책을 볼 때 마음에 드는 문장에는 밑줄도 긋고, 구석에 메모도 해가며 봐야지. 그래야 책 내용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잖아.
반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듯, 그 사람과 나는 책 읽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나만의 방식대로 책을 소중히 다룰 뿐이다.
생각해 보면 사람을 대할 때도 그렇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더 소중하다. 그래서 생채기라도 날까 조심스러워진다.
그렇다고 너무 조심스럽게 대한 나머지 도리어 어색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혹시라도 상처를 주진 않을까, 조마조마해진다.
내 말이 누군가의 가슴을 긁는다면 참 두려운 일이다.
사람을 마주할 때 소심해지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살짝 찍힌 책 모서리가 유난히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아마 이런 마음도 있지 않을까.
책도 살다 보니 작은 흠집을 얻었을 거다. 내용은 온전하고 읽는 데 지장은 없으니 바꿀 생각은 없다.
그저 운명이라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눈길이 갈 때마다 손끝으로 찍힌 모서리를 어루만져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