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뤄줄 브런치
"이 일기장도 앞페이지만 썼네."
매년 2월이 되면 내가 항상 하던 말이다.
초등학생이었던 내 새해 다짐은 언제나 '일기 쓰기'였다. 꾹꾹 힘주어 눌러쓴 글씨로 일기장 한 페이지를 채우면 그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늘 한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끝났다. 게으른 아이였지만, 이상하게도 늘 글을 남기고 싶었다.
손글씨로 쓴 편지 자리를 이메일이 가로채던 2000년대에 들어서는 싸이월드에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남기기도 하고, 블로그에 멋진 글귀를 적어두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열어 본 내 기록은 추억이라기보다는 흑역사에 가까웠다. '도대체 이때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글을 쓴 거지?' 다리미로도 펴지지 않을 것처럼 오그라든 손. 읽을 때마다 얼굴이 빨개지던 나는 싸이월드도, 블로그도 더 이상 작성하지 않았다.
'나는 왜 기록을 이어가지 못할까?'
스스로를 돌아보니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매일 써야 한다는 압박이 늘 나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한동안 글에서 멀어졌을 때, 나는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됐다. 작가로의 꿈을 꾸기 시작했을 때였다. 아무나 글을 쓸 수 없는 브런치는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심사를 통과해야 글을 쓸 수 있다니. 개나 소나 작가라고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리는 시대에 나는 차라리 '개나 소'가 되고 싶었다.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글을 쓰고 싶었으니까.
용기를 내어 내가 앞으로 브런치에 어떤 글을 쓸 것인가 고민하여 제출했고, 한 번만에 합격했다. 합격 메일을 받던 그 순간의 벅참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건 마치 심사위원 앞에서 랩을 선보이고 합격 목걸이를 받는 짜릿함이랄까.
"당신은 이제 브런치에서 글을 써도 좋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브런치는 내 기록이 단순한 일기를 넘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글이 되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나는 독자와 만나 글로 소통한다. 공감을 주기도 하고, 위로를 주기도 한다. 때로는 독자의 댓글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내 글이, 내 기록이 더 이상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함께 나누는 이야기가 된 것이다.
아직 내 이름 석 자가 적힌 책은 없다.
그러나 브런치에 쌓여가는 글은 분명 내 꿈을 현실로 이끌고 있다. 언젠가 이 기록들이 모여 책이 되고, 더 많은 독자와 만날 날을 나는 기다린다.
모든 삶은 기록될 가치가 있다. 그리고 내 기록은 브런치에서 꿈으로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