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기록부에는 없던 이야기

그때의 나는 그저 버티는 게 전부였는데

by 챤현 ChanHyeon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해 무인발급기를 찾았다.

업무를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한 메뉴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교육제증명'

당장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손가락 끝이 그 메뉴를 눌렀다. 그 시절의 나는 어떤 학생으로 기록되어 있을까. 그저 버티는 게 전부였던 그때의 나를 마주해 보기로 했다.


사실 내 과거를 내가 모를 리는 없다.

고등학생 시절의 나는 따돌림으로 지쳐 있었다. 크기가 줄어들기는커녕 매일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는 고통을 한 번에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뭐든 하고 싶을 정도였다. 구체적인 방법까지 찾아보며 나는 내 삶을 끝내고 싶었지만 정작 실천하진 못했다. 정말 삶이 죽을 만큼 힘들다면 찰나의 고통 따윈 따끔한 수준이겠지만, 나는 그런 용기가 없었다.


그 시절의 나는 그저 버티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생활기록부 속 나는 어떤 학생으로 남아 있을까. 출력된 생활기록부 첫 페이지를 넘기자 1학년 시절의 담임 선생님이 적어둔 내 전반적인 평가가 보였다.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문장이다.


"인내심이 강하고 매사에 근면 성실하다."


고통을 없앨 수 없어 그저 버티면서 살았는데 그게 '성실함'으로 보였다니.

나는 분명 1학년 학기 초, 담임 선생님을 찾아간 적이 있다. 지금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나는 너무 힘들다고. 하지만 담임 선생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뜻밖의 것이었다. "우리 반엔 그런 거 없다." 알긴 아세요? 뭘 안다고 그렇게 말씀하세요? 따지고 싶었지만 나는 그런 말조차 하지 못할 만큼 무기력했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싫다는 그 태도가 나를 두 번 무너뜨렸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 교사는 학생 개인보다는 학교의 평판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내 고통과 눈물은 생활기록부에 남아있지 않았다. 생활기록부만 보면 난 그저 열심히 학교 생활을 마친 성실한 학생에 불과하다.


그냥, 오늘따라 유난히 달이 둥글고 밝았다.

차가운 공기가 몸을 스칠 때마다 마음이 상쾌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생활기록부를 본 순간, 기분은 한순간에 저 아래로 떨어졌다.

영화에는 지금의 내가 어린 시절의 나를 안아주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 시절의 나를 마주한다면 나는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나는 그 시절의 나에게서 전혀 성장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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