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겨울을 기다리며
못난이 사과 두 봉지를 저렴하게 샀다.
못나면 어때, 맛만 좋으면 그만이다.
요즘은 날씨가 선선해져서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시원한 사과를 먹을 수 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더워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제는 따뜻한 물에 샤워해도 금세 몸이 식는다. 벌써 겨울이랜다.
여름보다는 차라리 추운 겨울이 좋지만
세월이 이토록 빠르게 흐른다는 것,
나는 또 한 살 먹고 늙어간다는 것,
점점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래저래 슬픈 일이다.
상처투성이의 붉게 잘 익은 사과 하나를 씻는다.
겉에 난 상처가 유난히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껍질은 여전히 붉은빛이다.
그래, 못나면 어때. 속이 달면 그걸로 충분하지.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과일을 물어보면 항상 사과라고 답했다.
값도 저렴한데 맛도 좋으니 이보다 좋은 과일이 또 있을까.
아침 사과 한 알이면 의사도 필요 없다는 말까지 있으니 건강에도 좋을 게 분명하다.
물론 그런 이유로 먹는 건 아니지만.
사과를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쩍-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꽤 경쾌하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즙이 잘 골랐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사과 한 입에 가을이 지나가고
또 한 입에 겨울이 다가온다.
그렇게 다가올 계절을 기다리며
나는 또 사과를 한 입 크게 베어 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