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를 때
헤어진 사람이 문득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며칠 전, 여행 유튜버의 '나 홀로 군산 여행' 영상을 보다가 함께 여행했던 그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사진관에서 서로에게 엽서를 써줬던 일,
복성루의 유명한 짬뽕과 볶음밥을 먹으며 웃던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볶음밥은 바빠지면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날은 제 주문까지만 받으셨어요.
우린 정말 운이 좋은 거 아닐까? 짬뽕과 볶음밥 한 그릇에도 그렇게 웃음이 났습니다.
군산에는 '이성당'이라고 하는 유명한 빵집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 코스입니다.
그곳의 야채빵이 특히 유명하다는데, 신기하게도 제가 사고 나니 품절이 되었습니다.
복성루도 그렇고, 이성당도 그렇고 우린 정말 운이 좋네.
그 사람과 저는 야채빵을 반으로 갈라 나눠 먹으며 또 한 번 웃었습니다.
첫 군산 여행이 완벽해서였을까요.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도 영상 하나에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저희가 갔던 그 장소와 여행 유튜버가 갔던 장소가 겹쳐서 더 그랬을까요.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왜 문득 생각날까요.
추억은 추억인 채로 영원히 자물쇠로 걸어 잠근 게 좋은데,
사소한 기억의 진동 한 번에 금세 모든 장면이 깨어나 버렸습니다.
그 사람은 과연 저를 떠올리는 날이 있을까요.
그게 아니더라도, 적어도 싫은 기억으로 남진 않기를 바랍니다.
그 시절이 행복했던 순간, 반짝였던 젊음의 한 조각으로 남아 있기를.
이름도, 얼굴도 이젠 흐릿해져 떠올릴 수 없지만
여전히 어떤 장소나 물건에서 그때의 마음이 불쑥 다가옵니다.
부디 아픔보다는 반짝였던 날로 기억되기를.
미움보다는 행복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