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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득찬 Oct 31. 2020

그녀의 울음과 비장함을 떠올린다

세상의 모든 워킹맘들에게 


‘워킹맘’ 직장의 일도 하면서 육아를 하는 엄마를 일컫는 말. 


나는 이 단어를 볼 때면 늘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내가 임신했을 때, 출근길에서 마주치던 워킹맘이다. 그녀를 워킹맘으로 추측할 수 있던 것은 매번 아주 곱게 차려 입고, 7시 30분이라는 조금 이른 시간에 잠에서 덜 깬 아이의 손을 잡고 한쪽에는 아기의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바삐 걸어가곤 했던 그녀의 모습 때문이다. 아마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출근하는 길인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마주치는 동선으로 오가서 나는 늘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있었는데, 그녀의 모습이 곧 나의 미래 모습이 될 수도 있기에 나도 모르게 주의 깊게 보기도 했던 것 같다. 


매일 아침 나는 그녀에게서 전쟁에 나서는 장군 같은 비장함을 느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도 큰 우산 아래에 아이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리고 또박또박 걸어오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걸어오던 모습을 보았다. 순간, 깜짝 놀라 눈을 떼지 못하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 아기의 손을 꼭 잡고, 짐가방을 다부지게 매고 걸어가던 모습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지금, 종종 그녀의 울음과 그 비장함이 떠오른다. 새벽에 출근 준비하는 소리에 깨서 나를 부여잡고 우는 아이를 애써 떼어 놓고 현관문을 나설 때, 어느 날은 출근할 때 아이가 자고 있었는데 퇴근하고 오면 이미 아이는 또 잠들어 아이의 하루를 하나도 느끼지 못하고 보낼 때, 아이와 저녁 시간을 보내고 남은 집안일을 마치면 새벽이 되어버릴 때, 그럴 때 그녀의 울음이 떠오른다. 아마 그때 그날, 그녀의 울음도 이런 여러 날 중 하나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누군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그때 그녀와 같은 모습일지 모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매일매일 아이를 위해 또 나를 위해 전투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서도 미안함으로 물든 밤을 보내는 세상 모든 워킹맘들 진짜, 진짜 만세다,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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