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이에게 '엄마는 이런 일을 한단다'
나는 그림책을 만드는 일, 정확히는 ‘그림책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그림책 편집자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쉽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하면, 그림책의 내용을 기획하여 글과 그림을 작가들에게 의뢰하고 그 작업물을 편집하여 하나의 책으로 완성하는 일이다. 육아 휴직을 마칠 때, 직장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 중에 내가 하는 일이 나의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이가 매일 보는 그림책을 만드는 일이란 많은 보람이 있다.
본의 아니게 긴장하게 되는 순간들도 많다. 친한 부부나 아기 엄마들에게 ‘우리 아기가 이런데, 이럴 땐 어떤 책을 읽어 줘야 해?’ 하는 질문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업무에서 만났던 혹은 찬이에게 읽어주며 좋았던 책들을 성심 성의껏 소개해 주곤 하지만 질문을 던진 사람들이 마치 나의 대답을 전문가의 대답처럼 귀 기울여 들을 때는 나도 모르게 긴장이 앞선다. 같은 맥락으로 ‘엄마가 그림책을 만들면, 아기에게 책 육아를 얼마나 잘해 주겠어.’ 하는 듯한 말도 부담이 된다. 다른 사람의 탓으로 시작했지만 사실 편집자로의 나에게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사람은 나다. 아이가 커가는 매일 ‘지금 이때는 그 책을 읽어줘야겠어.’ 하는 마음이 커져 ‘엄마가 편집자인데… 이런 책은 알아야지.’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마음만 앞설 때가 많다. 집에 오면 하루 종일 회사에서 본 그림책을 쳐다도 보기 싫을 때도 많다. 원고 회의에 하루를 다 쓰고 온 날이면 책에서 나오는 글자들을 들여다보기도 싫다. 또, 편집하던 책에서 오류가 발견되어 혼이라도 난 날에는 아이와 누워 그림책을 보다가도 '이 책은 오류 없나.' 하는 눈으로 책을 보곤 한다. 일종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이가 조금 더 커서 책이라는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를 알 때 즈음이면 나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매일을 산다. 이런 마음을 주변 편집자 선배들에게 말하곤 하면 커도 모를 수도 있다는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선배들의 말로는 애들이 어디 가서 "우림 엄마 책 만들어!" 하고 자랑하면
"우아, 작가야?" "아니."
"화가야?" "아니."
"그럼 뭐야...?" "음..."
아이에게 '편집자'라는 말부터 가르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