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득찬 Oct 31. 2020

세상에  좋은 엄마가
왜 이렇게 많은지

자괴감이 몰려오는 워킹맘의 시간

국에 밥을 말아먹는 소위 '국밥'은 워킹맘들에게 구원과 같은 존재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매일 영양이 골고루 잡힌 5첩 반상 정도는 차려줘야 하지 않은가 할 수도 있지만 친정 엄마나 도우미 이모님께서 매일 해주시지 않는 이상, 현실은 국밥이다. 국의 종류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국밥의 진한 고기 국물로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해결하고, 함께 들어간 갖은 채소로 섬유질과 비타민을 챙긴다. 거기에 밥을 말면서 탄수화물을 첨가하고 생선 한 마리를 구워 오메가 3까지 더하면 완성! 말이 긴 걸 보니 역시 변명이다. 솔직히 말하면 국밥이 가장 아이에게 먹이기도 편하고, 한 번 만들면 최소 이 틀은 먹일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게 된다. 또한 아이가 먹다 남기면 대충 간을 추가하여 남편과 내가 먹기도 안성맞춤이다. 


이러한 국밥 사랑의 적은 SNS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놈은 나와 타인을 비교하게 되는 묘한 상황을 만들어 주곤 하는데, 아이를 키우면서는 그 비교가 더욱 심해진다. 나의 경우는 특히 먹는 것에 대해서 그렇다. SNS 속에는 왜 이렇게 좋은 엄마들만 있는 것인가? 먹기도 아까워 보이는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간식과 반찬들을 보고 있으면 국밥을 제일 좋아하는 우리 아이가 떠오르며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닌 것 같은 자괴감이 몰려온다.  '나도 맛있는 반찬 직접 해줄 거야!'라고 주말에 무리하여 장을 보고, 한 주 동안 먹을 반찬을 가득 해 둔 날에는(맛은 보장할 수 없다.) 아이의 식단은 준비해 둔 기분이지만, 정작 주말에 아이랑 함께 놀아준 시간이 없어 평일에 갖는 미안함보다 배는 큰 미안함이 찾아온다. 


'세상에 참 대단한 엄마들이 많구나, 나는 왜 이렇게 밖에 못하는가' 하는 자괴감에 깊이 빠져있을 수 있는 낭만은 없다. 다시 매일의 육아 전쟁 속에서 자괴감을 안고, 국밥 재료를 구매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대신 좋은 품질의 고기와 재료들로 가득 채운다. 하지만 고백하자면, 그마저도 직접은 못 끓인다. 사실 국 요리는 굉장히 어려운 요리다. 친정 엄마의 손을 거쳐 그럴싸한 요리로 둔갑한다...... 엄마 없인 못 살아! 



이전 04화 작가는 아니지만 그림책을 만듭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