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득찬 Oct 31. 2020

나의 열등감으로 너를 키우지 않길

워킹맘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자세에 대하여


워킹맘 선배들께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순간 순간 계속, 놓치고 있는 게 없는 지 생각해야 한다.' 이다. 매일의 바쁨과 직장에서의 업무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가 나도 모르게 달라져있거나 방치되어 버릴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회사에 셔틀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어서, 매일 버스에서 '아이 점검 생각 시간'을 갖는다. 어제 내가 놓쳤덧 것들, 어떻게 키워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이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고민하다 보면, 나를 대하는 타인 중 '가장 본 받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는 나의 엄마, 아빠가 떠오른다. 부모님께서 나를 길러주실 때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청중 과 같았다. 뭘 하라거나, 해야 한다거나 하는 말을 하시지 않고, 내가 하는 것과 하겠다는 것을 묵묵히 바라봐 주셨고, 들어주시기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 때로는 시행착오 과정에서 부모를 탓하기도 했던 것 같은데 그 때에도 한번도 뭐라하시지 않고 "네 생각은 어떤데?" 하며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늘 물어 주셨다. 그냥 청중이 아니라, 공연을 몇 번이고 봐 주는 열성팬 청중이었다. 나의 결과물에 늘 박수쳐 주셨고, 실패하면 소리내지 않고 울어주셨다. 


나는 그게 엄마, 아빠에게 물려받은 귀중한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나도 자식에게 부모에게 배운 것처럼 잘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고작 3살이 된 아들에게도 이게 참 어렵다. 열성팬의 자세는 이미 장착되었지만, 청중의 자세는 정말이지 쉽지 않다. 이렇게 하면 더 잘할 것 같고, 더 좋을 것 같아서 자꾸 입을 떼고 손발이 앞으로 나간다. 그러기에 끊임없이 되새김질 해야 한다. 내가 지금 아이의 무대에 얼마나 침범했는지, 마이크를 뺏은 것은 아닌지 말이다.  

이런 되새김질을 무색하게 하는 순간도 물론 있다, sns. 그속에는 꿈처럼 사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비교적 열등감이 없어서 호화롭게 좋은 것에만 둘러싸여 사는 사람들을 봐도 그런가보다 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기를 낳아 보니 없던 열등감이 생겼다. 좋은 것에 둘러싸여 자라는 아기들을 볼 때면 '나도 저렇게 해 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할 텐데.' ', 내가 워킹맘이라 못해주고 있나?' 라는 걱정과 함께 괜한 질투도 생긴다.  그러다보면 자칫 물질적 풍요로움을 주는 것으로 아이에게 '잘하고 있다'고 위안삼게 되는 순간이 와버린다. 아이는 물질적 풍요로움으로만 자라지 않는다고 믿어왔고,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으며 아기를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아기가 커 갈수록, 워킹맘으로서 그런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이 무수히 많다. 아기가 더 자라면? 좋은 교육, 좋은 학교, 좋은 동네 등에 집착하게 되는 부모들의 마음이 어디에서 비롯 된 것인지 조금은 이해가 될 지경이다.

 


‘엄마가 코칭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관리하면 아이의 세상은 잘해봤자 엄마가 살아온 세상을 넘을 수 없다. 아이를 자기 정도로 살게 하고 싶으면 열심히 코치하라. ‘ 엄마 심리 수업이라는 책에서 본 구절이다. '내가 워킹맘이라' 라는 생각에서 오는 나의 열등감을 을 열정으로 둔갑하여 아이의 세상을 괴롭히지 말아야지.. 

이전 06화 결코 고상하지 않은 전업 주부의 하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