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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득찬 Oct 31. 2020

'만약~ 있다면' 둘째 가정법

아이가 자라면 수반되는 고민에 대하여  

우리 아이에게는 두 명의 또래 사촌이 있다. 


나의 오빠의 아이들, 우리 아이보다 1살, 3살 위의 남매다. 어쩌다 보니 나의 오빠도 친정 부모님 옆에 살고 있어서 우리는 대가족으로 모일 때가 많다. 그런 날이면 우리 아이는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형, 누나와 온몸이 땀에 젖게 신나게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면 그때부터 전쟁이다. 가지 않겠다고 목놓아 울며 사촌 형, 누나들을 붙잡고 늘어진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오빠네 남매들은 비교적 쿨하게 헤어진다. 둘과 하나의 차이일까? 우리 아이는 사촌들과 어떻게든 더 있으려고 하는데, 사촌 누나는 '다음에 또 만나자.' 하고 우리 아이를 꼭 안아주고는 자기 남동생 손을 꼭 잡고 집에 갈 준비를 한다. 


그런 날이면 남편과 나는 밤새 생각이 많아진다. 자기 남동생 손을 꼭 잡고, 서 있던 첫째 조카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 아이에게도 형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이런 생각에서 우리 부부는 열띈 토른을 한다. 마치 토론이 끝나면 바로 누가 둘째 아이를 우리에게 줄 것처럼 긴박하게 토론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 끝은 언제나 '안 되겠다.'로 끝난다. 아이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마음과 함께 그려지는 두 명 육아의 고단함이 머리를 스친다. '만약에 둘째가 있다면~'이라는 말로 시작한 대화는 '회사를 또 쉴 수 있을까?' , '그럼 그땐 엄마에게 월급을 얼마를 드려?' 등 굉장히 현실적인 대화로 이어진다. 아이가 동생이 생기면 둘이 뛰어놀며, 싸우기도 하고, 뺏고 빼앗기기도 하며 몸으로 배우는 그 많은 삶의 좋음 들을 우리가 선뜻 짊어지기에 아직 우리 부부는 철이 없고, 고단한 듯하다. 


새삼 둘씩 낳아서 기르며 직장도 다니는 부부들이 이 세상 그 어떤 위인들보다도 위대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오빠네 부부를 보면, 우리와는 다른 포스가 느껴진달까. 웬만한 일에는 크게 놀라지도 않고, 호들갑 떨지도 않는다. 아이를 둘 정도 키우려면 저렇게 대범해야 하는 건지, 아이 둘 덕분에 저렇게 담대해진 것인지 모르겠다. 


'만약 둘째가 있다면~' 이 가정법은 가정법으로 끝나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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