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중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을 직접 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어린이집이 문을 여는 시간 7시 30분 이전에 집을 나서야 하고, 정시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도 8시가 되기 때문이다. 평소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원은 친정 부모님께서 해 주고 계시는데, 가끔 아이의 어린이집에 너무 오랫동안 엄마의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과, 아이가 보내는 하루 일과를 함께 하고 싶은 날에는 연차를 써서 직접 어린이집 등하원을 하곤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같은 워킹맘에게 어린이집 등하원은 스페셜 이벤트이자 1일 전업 주부 체험의 시간이다.
전업 주부로의 시간은 결코 고상하지 않다. 회사에 출근해서 모닝 커피 한 잔 마시고, 메일함을 둘러볼 정도의 시간 동안 집에서는 엉덩이를 서른 번 이상은 뗐다 붙였다 하며 움직인다. 새벽부터 고단하게 움직였지만 시간은 고작 9시. 모처럼 엄마가 아이와 함께 등원을 하니까 아무거나 입고 갈 수는 없다. 꾸민듯 꾸지미 않은 듯 정갈하게 입고 얼굴도 민낯인듯 보이지만 초췌한 일상은 감출 정도로 화장을 하고 아이 손을 꼭 잡고 어린이집에 간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어린이집을 오가는 시간은 고단하지만 대단한 힐링이다. 여러 아이들 속에 어울려 놀던 아이가 종종 걸음으로 '엄마~!' 하고 달려오는, 평소 볼 수 없었던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아이와 함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것 저것 둘러보며 맛있는 것도 사 먹고, 놀이터에서도 놀다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뭔가 내가 '정상적인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음에서 오는 행복이 느껴진다.
육아 휴직을 마칠 즈음 직장에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던 시기가 있다. 그 고민이 만약 현실이 되었다면, 이게 나의 일상이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대하면 모든 게 새롭다. 내가 이 생활을 매일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할 수 있었을까? 가끔해서 좋은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