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낳으면 어른이 된다고 하지 않았나요

나의 부족함을 회피할 수 없는 시간, 육아

아이를 낳기 전 가장 두려웠던 것은 ‘내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서른이 넘은 나이였지만, 스스로 어른스럽다고 느껴본 적 없었다. 여전히 엄마 아빠에게 떼를 썼고, 하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어디에서 싫은 소리 들으면 며칠을 씩씩거리고… 이렇게 철부지인 내가 한 생명을 책임지고 바른 것을 가르치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

신기하게도 그 불안은 아기를 낳아 기르며 더 커지고 있다. 아이를 낳으면 곧바로 어른스러워질 줄 알았는데, 아니다. 생각 없이 행동하면 아이 앞에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나도 양보를 잘 안 하면서 “친구랑 나눠가져야지.”, 나도 가끔 씻지도 않고 잠들면서 “양치하지 않으면 병균이 가득해!” 와 같은 말들을 할 때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낀다. ‘너나 잘하세요….’

아이는 나에게 한 인간으로서의 민낯을 끊임없이 마주하게 하고, 30년 넘게 살면서 문제라고 생각하거나 고쳐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나의 치부에 대해서 진심으로 반성하게 만든다. 내 아이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나의 부족함을 직면하고 인정하게 하며, 적어도 개선해 보려는 시도를 하게 만드는 위대한 힘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를 낳아 기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낳기만 했지, 우리는 매 순간 아이에게 배우고, 아이를 통해 반성하고 나아간다. 네가 얼마나 초라하고 나약한 인간인지, 그렇지만 그걸 바라보고 고쳐 나가고 누군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위대한 인간인지 알려 주기 위해 신은 ‘자식’이라는 것을 선물해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아이가 자라며, ‘이럴 땐 이게 맞나.’ ,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의문을 품고, 어느 날은 후회하고 어느 날은 아주 창피할지도 모르겠지만, 회피하지 않고 질문하고 고쳐 나가며 좋은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매일 다짐한다. 이런 다짐이 실천이 되고 노력이 될 때 자식 덕분에 어른이 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