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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득찬 Feb 27. 2023

워킹맘 눈물 버튼 "엄마 언제 와?"

서툰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추천 3.『엄마 왜 안 와』


고정순,『엄마 왜 안 와』,  웅진주니어(2018)


"엄마 언제 와? 오늘 와?"

회사에서 시간에 쫓기며 일을 하다 보면 친정 엄마로부터 전화가 울린다.

대부분 아이의 부탁으로 걸려온 전화다.

낮과 밤 정도의 구분만 있는 아이는

밤이 찾아온 듯한데 아직 오지 않은 엄마가 원망스럽기도, 밤이 두렵기도 한지

몇 번을 언제 오냐고 물어본다.

"얼른 갈게. 아빠도 곧 가실 거야."

로도 달래 지지 않으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엄마가 사갈까?"

간식으로 회유한다.

아이는 원하는 간식을 내뱉고는

오늘 밤에 그 간식을 마주하고 싶다는 기대감으로 밤을 보낸다.

어느 날은 눈을 떠보니 아침이 되어버려서 슬퍼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밤늦도록 기다려서 간식을, 엄마를 마주하기도 한다.



그렇게 6년을 보냈다.

워킹 맘 선배들이 조금 더 버텨 보라고,

조금만 더 버티면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시절이 온다던데...

그 조금만은 나에게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시간처럼 길었다.

친손주 둘을 돌본 친정 엄마는 외손주까지 돌보며 부쩍 늙었고,

나보다 먼저 퇴근하는 남편은 늘 저녁 육아를 감내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부모님에게도

미안하다는 말만 하게 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아침에 잠에서 깬 아이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도망치듯 현관문을 나선 순간부터

하루를 마치는 순간까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살던 시절.

수많은 꽥꽥 오리에 둘러싸여 있던 시절.

어느 순간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꽥꽥 오리가 되었던 시절.

나의 워킹맘 시절은 그랬다.



워킹맘으로 살며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마다 이 그림책을 펼치곤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연약하고도 강한 엄마를 위로하기도 했고,

그 모습에 내가 위로받기도 했다.

'엄마는 언제나 나에게 돌아온다'는 걸 느끼는 아이의 모습에

내 아이를 투영하며 또 하루 워킹맘으로서의 수명을 연장했다.

 

결국 선배 워킹맘들의 안타까움을 받으며 나는 일을 내려놓았다.

퇴직서를 쓰며 사유란에 '출산과 육아'라는 선택지가 있는 것을 보고

씁쓸함과 두려움을 느꼈다.

출산과 육아가 '퇴사 사유'가 될 정도인 걸 알면서도

모른 척 한 회사에 괜히 서운하기도 했다.


퇴사 후 아이와 아침을 함께 맞고,

아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맞이하는 사람이 엄마인 삶을 살고 있다.

이 또한 어렵고 고난이 있겠지만

꽥꽥 오리들을 설득하던 시간,

공룡 배 속에서도 씩씩했던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그 시절의 생생하고 치열했던 힘으로 나는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일과 육아에 애쓰며

매 순간 미안함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 워킹맘들에게

이 그림책으로 위로와 응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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