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추천 4.『3초 다이빙』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이것만은 자신 있다!' 하는 게 없다.
20대에 그렸던 40대는 '유려하고, 매끄럽고, 유창한'과 같은 말들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는데
막상 마흔을 코앞에 둔 지금의 나를 설명하자면 '서툴고, 더디고, 듬성듬성한' 모습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자격증을 딴 친구,
골프나 테니스처럼 운동을 시작해 실력을 키우는 친구,
아이 둘을 낳고도 일을 놓지 않는 친구,
아직도 매일 영어 공부를 하는 친구,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를 잘하는 친구-
주변에 잘하는 게 많은 친구들을 보며 내가 잘하는 건 뭘까 생각을 하다 보면
그 생각의 끝은 '딱히 뭘 잘하고 싶지가 않네...'로 이어진다.
무기력과 다른 이 마음은 어디에서 온 걸까?
나는 어릴 때부터 경쟁 알레르기가 심했다.
'준비, 시작!'이라는 말로 차려진 시합은 엄두도 못 내고,
'아... 이거 경쟁인가? 저 사람보다 잘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드는 순간마다
알레르기가 퍼지듯 땀이 나고, 배가 아프고, 회피하고, 돌아섰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잘하는 게 없는 건 어쩌면 더 쉬운 패배감을 선택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보다 못하고, 누군가에게 졌다는 결과적 패배보다
시작하기 전 포기해 버리는, 애초에 잘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포기의 마음을
선택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림책 속 아이는 나처럼 잘하는 게 없다.
느리고, 어리숙하다.
하지만 아이는 행복해지는 방법은 알고 있다.
수학을 잘하든 못하든,
태권도를 잘하든 못하든
그게 누구인지 상관없이 3초만 세고 뛰어들면
모두가, 누구나 시원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는 다이빙.
나만의 다이빙은 무엇일까?
내가 잘하는 게 없어도
이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패배감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게 도와주는 행위.
'오직 즐거움만'을 주는 행위를 찾아보려고 한다.
딱히 잘하는 게 없는 어른들에게
여전히 많은 것에 서툰 어른들에게
경쟁이 두려운 어른들에게
이 그림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