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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nfe 접속 유감과 알아두면 좋은 사이트

by 이프로


파리로 유럽에 들어갔든,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로 들어갔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려면 각 길의 순례길 출발점으로 이동해야 한다.

순례길의 시작점은 대개 시골이다. 우리로 치면 인천공항에 내려서 하동을 찾아가는 정도의 난이도이다.

프랑스 길이라면 SJPP로 북쪽 길이라면 Irun으로 말이다.

어찌어찌 시작점을 찾아서 은혜롭고 감동적인 순례를 잘 마쳤다면 이번에는 또 돌아오는 길이 험난하다.

산티아고 대성당이 있는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는 한국으로 오는 항공편이 없으니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혹은 파리로 와야 비행기를 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유럽 내에서의 이동은 비행기, 특히 저가 항공 비행기가 빠르고 싸다.

하지만 유럽의 저가항공은 이제껏 살면서 경험해 본 가장 느자구없고 불친절한 교통편이기도 하다.

21세기에 보딩패스를 승객이 직접 출력해 오라고 하면 그대로 따라야 하고,

20리터 배낭을 갖고 타는 일에도 가슴을 조마조마 졸여야 한다.

말 서툴고 풍속이 다른 승객이 알아서 웹 체크인을 해야 하고 보딩 마감 시간이 되면 서슬이 퍼렇게 문을 닫아 잠근다.


한국에서는 지나치게 상냥하고 과잉이다 싶게 친절한 항공사 직원이 다 알아서 해 준 탓에

공항 카운터에서 여권만 건네주면 내 일은 끝이라고 생각했던 한국인 승객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잡채다.

이런저런 일 하나하나를 제대로 완수해내지 못하면 말도 안 되는 요금 폭탄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안겨주니

그 악명이 전 세계적으로 드높아가기만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저들은 영원한 갑이요, 그걸 아는 그자들은 꾸준하고도 영악한 진상 갑질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순례를 마치고 산티아고에서 바르셀로나로 오는 스페인 국내선 부엘링 항공을 예약했다.


마드리드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탄다면 산티아고에서 마드리드행 고속철을 타면 간단히 해결된다.

renfe는 우리의 korail에 해당하는 스페인의 철도 시스템인데 우리의 ktx, 새마을, 무궁화보다 훨씬 다양한 레벨의 기차가 있다.

그런데 이 렌페를 예약하려면 렌페 홈페이지에 접속을 해야 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의 접속을 막아두었다.

이유도 설명도 없다. 그냥 무조건 접속이 안된다.


이럴 때 vpn이라는 서비스 앱을 이용하면 내가 접속한 나라를 다른 나라로 바꿔서 접속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앱스토어에서 vpn을 검색하면 여러 종류가 검색되는데 그중 무료인 앱 하나를 골라서 설치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유료가 빠르고 좋긴 하지만 어쩌다 한번 쓰는 앱이라 돈 주고 사서 쓰기는 싫다.

암튼 이 앱을 사용하면 내 접속 국가를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바꿔주는데 어느 나라로 바꿔주는지는 복골복이다.

중국에 파견 나가 있는 동안 중국 정부에서 막아둔 구글, 유튜브, 다음, 네이버, 카톡 등에 접속하려면 어쩔 수 없이 vpn을 사용해야 했는데

중국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그래서 필수 앱이기도 하다.

vpn을 통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renfe접속이 되면서 원하는 구간의 예약이 가능하다.

왜 이렇게 renfe 얘기를 하게 되었냐면 우리나라 철도와 다르게 renfe는 예약을 언제 하느냐에 따라 요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일찍 해야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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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장은 접속이 안되고 있는 renfe 창과 오픈이미지, 세번째는 중개사이트 omio, 네번째도 역시 중개사이트인 rom2rio, 다섯여섯번째는 vpn 사이트와 연결 모습이다.

이번에 바르셀로나로 입국해서 아라곤 길을 걸으려고 하는 나는 아라곤 길의 시작점인 Canfranc이라는 피레네 산맥 능선의 깡촌을 찾아가야 했는데 Canfranc은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 도시로써 피레네 산맥을 이용해서 끝내주는 스키장이 있는 곳이다.

우리로 치면 용평쯤 된다고 보면 된다.


바르셀로나에서 Canfranc까지 한 번에 가는 교통편은 없고 중간쯤에 있는 중세도시 Zaragoza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다른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 Zaragoza는 또 다른 카미노인 에브로 길이 지나는 도시이기도 하다.

나는 바르셀로나-싸라고사 구간은 일찍 예약을 해두었는데 웬일인지 싸라고사-Canfranc 구간의 예약창은 한 달이 넘도록 열리지 않고 있었다. 오늘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교통 예약 중개 사이트인 omio를 통해서 예약을 했다. 이런 경우 중개 수수료를 몇 푼 떼어간다.


기차 이용 다음에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버스인데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다행히 도로사정이 나쁘지 않다.

버스회사인 Alsa나 그 밖의 버스 회사를 통해서 예약하거나 터미널에 가서 표를 살 수 있는데 스페인에서 장거리 구간의 버스표 예매는 아직 해 본 적이 없다. 리스본에서 포르투로 이동할 때 버스 예약을 했었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첫 번째 카미노를 마치고 마드리드에서 항공편이 있던 나는 렌페를 타고 이동했는데 청년들 중 일부는 버스 편으로 마드리드로 이둉하는 것을 봤다. 요금 차이가 별로 없었는데 시간은 버스가 훨씬 더 많이 걸려서 왜 굳이 버스로 이동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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