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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Jul 01. 2024

아집, 고집, 똥고집을 피하는 길

오래 살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있는데 좋은 것보다는 안 좋은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그중 하나는 고집이다. 


먹고 사느라고, 혹은 남다른 재주가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분야나 전공이 생긴다.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3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 

얼마나 성실했고 재주가 뛰어났는지는 차이가 있겠지만 한 업종에 평생을 일했으니 자칭 타칭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비전문가가 어설프게 자기 영역에 접근하려거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전공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라치면 점잖게 한 수 지도한다. 상대는 나의 내공과 비범함에 경탄하며 나의 전문성에 존경을 보이게 된다. 이럴 때 나의 지도는 절대 고집이 아니다. 오랜 공부에 경험과 관록이 더해져서 전문가만이 주창할 수 있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프로페셔널한 영역에서의 문제이고 오래 살면서 다양한 사람과 상황을 겪다 보니

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수십 년간의 성공사례, 실패사례를 경험한다. 그래서 오래 살았다 생각이 되면 삶의 영역에서도 자신은 오랫동안 보고 들은 것이 있기 때문에 내 의견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나이 먹어서 인사이트가 생겼다거나 지혜로워졌다고 하는 것인데 모든 일에는 양쪽면이 있으니 뒤집어보면 다른 사람 말 안 듣고 자기 확신과 주장이 강하게 된다라고도 볼 수 있다. 

바로 그것, 자기주장, 확신, 철학, 가치관, 세계관 이런 걸 말하는데 이런 단어가 나올 때마다 '똥고집'이란 단어로 바꾸어 써도 대개는 말이 된다. 


고집이 왜 고집이냐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내 말이 맞다고 우기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잉크물을 좀 먹은 사람은 그 방식이 덜 천박하다 뿐이지 결국 내 말이 맞고 네 말은 틀리기 때문에 세상이 두쪽이 나도 이 문제는 내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별로 아름답지 못한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나야말로 아집과 독선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내와 아이들은 여러 번 목격했을 것이다. 그나마 최악이 아닐 것이라는 바람은 내 주장이 아니라는 확실한 물증이 나왔을 때 나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수긍하고 나의 경솔함을 반성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그렇게 해야 덜 쪽팔리는 상황이거나 혹은 그렇게 꼬랑지를 내려야 후환이 덜 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을 때에 한 할 것이다. 


이런 실수를 방지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방지할 수 있는 일인가.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물어오기 전까지 굳이 내 의견이나 판단을 발설하지 말라는 것, 늙으면 입 다물고 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좋은 말, 바른말을 하는 때보다는 하지 말았어야 할 말, 옳지 않은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묵언수행이다 하고 있는데 상대가 정말로 내 생각을 궁금해한다면 '잘은 모르겠지만...' 혹은 '얕은 제 생각에는...'같이 내 말에는 오류나 착각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밑밥을 깔고 들어가면 좋다. 

그래도 가장 좋은 방법은 끝까지 초인적인 인내심을 앞세워 '제가 그런 걸 어떻게 알겠어요.'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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