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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May 25. 2024

5주 동안 다섯 번의 마라톤 대회에 나가보았다

달리기에 늦바람 나면 생기는 일

달리기에 입문한 지 2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막 재미가 생길 무렵 무릎에 '오리발건염'으로 의심되는 부상이 생겨서 두 달 이상 달리기를 멈춰야 했고 하체 근력 운동도 하지 못했다. 휴식 기간을 가지면서 무릎이 조금씩 나아지려니까 어느덧 외부 훈련이 힘든 겨울철이 되어서 또 훈련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훈련을 시작한 끝에 맞이한 작년 가을, 새롭게 달리기의 맛을 알아가다가 올해 초 여수 해양 마라톤 하프 코스에 참가하면서 비로서 달리기의 막을 열었다. 

하지만 즐겁게 뛴 여수 대회에서 호된 감기에 걸려서 돌아왔고 (이게 코로나일 것이라고 나는 의심한다) 어처구니 없게도 아까운 겨울 방학 두 달을 고스란히 감기로 시달리고 지긋지긋한 감기가 잦아들자니 이번엔 변비에 이은 치질로 앓아 눕게되자 나는 이제 완전히 늙고 병든 아저씨가 되었다는 비애감으로 우울하고 괴로웠다.  


그리고 봄학기 개강 무렵이 되자 나는 씻은 듯이 병마를 툭툭 털어내고 정상 컨디션을 찾았다. 

겨우 정신을 차린 2월 중순부터 훈련에 들어갔으니 훈련양이 너무 부족해서 첫 풀코스 대회였던 3월 17일의 동아 마라톤은 완주를 하는 것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동마클 회원들과 기세 좋게 기념사진을 찍고 하프 지점까지는 무난하게 달렸으나 잠실대교 직전부터 무릎에 통증이 심해져서 겨우겨우 완주를 했다. 

기록은 4:39:19. 

완주를 했으니 기쁘긴 했지만 첫 풀코스에 무릎 테이핑이라도 하고 뛰었더라면 통증으로 중간에 걷다가 쉬다가 했던 시간을 줄일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들었다. 


어찌 됐든 힘든 상태인데도 풀코스를 완주했다는 사실은 앞으로는 더 잘 뛸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했고 이후로 걸신들린 사람처럼 대회 참가 신청을 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까지


2024.4.28 서울 하프 마라톤 1:45:08

2024.5.4 화성시 효 마라톤 대회 10km 51:04:00

2024.5.12 인천 국제하프 마라톤 하프 1:46:31

2024. 5.18 TNF100 노스페이스 트레일런 강릉 10K 56:26:00

2024.5.25 현대 아이오닉 롱기스트런 여의도 10K 48:07:00


위와 같이 5주 동안 매 주말마다 5개의 대회에서 달렸다. 

오늘 대회를 끝으로 올해 상반기 대회를 마쳤고 8월 말에 있는 철원 DMZ 마라톤 대회 하프코스와 기안 84 덕분에 유명해진 9월의 대청호 마라톤 풀코스를 거쳐서 11월의 서울 JTBC 마라톤 풀코스로 올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오늘 참가했던 롱기스트런 완주메달과 그동안의 완주 메달들

한 달이 넘는 동안 매주 대회에 참가해 보니 내 기량이 늘고있다는 것이 느껴지고 대회 운영 요령도 생겼다. 

우선 매주 연습량이 30km-40km 꾸준해진 것이 거리를 견디는 능력과 속도를 빨라지게 했고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인터벌 훈련과 오르막 훈련이 내 몸의 성능을 향상시켜서 달리기에 익숙한 몸이 되었다. 

올해 초까지 '입문자' 레벨이었다면  지금은 '초보자' 레벨쯤으로 진입한 느낌이다. 


매일 달린 기록은 '스트라바'와 아이폰에 구체적으로 저장되고 있어서 예전 기록들과 비교를 해볼 수 있는데 이제는 달리기를 하루 이상 쉬는 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뜀박질은 내 일상이 되었다. 

트랙을 달리면서는 자세와 호흡을 돌아보며 뛰고 인터벌 훈련도 한다. 시티런으로 달릴 때는 오르막과 내리막길에서의 속도 조절과 케이던스를 신경 쓴다. 


제일 힘들고 내키지 않는 달리기는 트레드밀을 뛰는 것이다. 

도로나 트랙을 달릴 때는 5분 주도 어렵지 않게 감당이 되는데 트레드밀은 6분 주도 힘이 들고 지겨워서 20분 이상을 뛰려면 평소엔 잘 안 하는 에어팟에 유튜브를 틀어놓는 등 지겨움 방지 작업이 필요하다. 

실외 달리기보다 땀도 훨씬 많이 흐르는 것 같아서 여러모로 꺼려지는데 미세먼지가 많거나 비가 오는 날은 어쩔 수가 없다. 


그동안의 대회에서는 마음에도 여유가 없고 호흡도 거칠어서 달리면서 주변 풍광을 즐기거나 응원해 주는 시민들과 눈을 마주치는 건 어려운 일이었는데 오늘 여의도에서 서강대교를 건너갔다 오는 롱기스트런 10Km 코스에서는 도로를 통제하는 경찰관들과 자원봉사자들과 눈인사도 주고 받았다. 탁 트인 서강대교를 달릴 때는 때 마침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와서 나도 모르게 기분 좋아져서 누구에게랄것도 없이 '화이팅!' 을 외치며 차가 다니지 않는 한강 대교의 풍경을 여유롭게 즐겼다. 


달리기는 장점이 많은 운동이다. 

무엇보다 뛰고 난 후 땀에 젖은 몸을 씻을 때의 상쾌함과 주어진 목표치를 완수했다는 성취감이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는 만족감을 준다. 뛰느라고 에너지를 다 쏟아부어 지친 몸이지만 몸을 닦고 젖은 머리칼을 털어 말리고 있노라면 기분 좋은 피곤함이 몰려온다.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그대에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그대에게 조심스레 제안한다. 

일단 천천히라도 달려보라. 쉬지 않고 이렇게 오래동안 달릴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이 가장 놀랄 것이다. 

그리고 한 번의 달리기가 단박에 1kg 이상의 체중을 줄인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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