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이름 풀어보기
오늘도 서양 이름을 좀 풀어볼까 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이름 first name이 흔한 스타일인 반면에 성 sur name이 가문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특색이 있습니다. 우리는 성은 윤, 이, 안 같이 일반적으로 중국 성을 가져다 쓰고 이름을 석렬이, 제명이, 철순이 같이 개성 있게 사용하지요. 원래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고 양반이나 귀족들만이 성과 이름이 있었고 평민이나 노예들은 이름이 없거나 성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로마 시절을 평정했던 카이사르의 이름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입니다. 가이우스가 우리의 이름에 해당하고 율리우스는 가문 이름 카이사르는 혈통을 의미합니다. 카이사르의 모친 아우렐리아는 자식 교육을 잘 시킨 것으로 유명한데 카이사르를 부를 때 ‘가이우스야’, 하고 불렀을 것이고 로마의 귀족 가문인 ‘율리우스’ 가에서 종친회가 열렸다면 여러 율리우스들이 모인 가운데 가이우스는 카이사르’ 파 자리를 찾아갔을 것입니다. 저는 ‘평창 이 씨 사직공파’인데 ‘평창 이 씨’가 ‘율리우스’이고 ‘사직공파’가 ‘카이사르’인 셈입니다.
이름의 길이를 따져볼 때 카이사르 정도만 돼도 사실 양반이지요.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제압한 로마의 스키피오 장군만 하더라도 풀 네임이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입니다.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가 이름이었는데 아프리카에 있던 한니발의 카르타고를 평정하고 난 이후 이름 뒤에 명예 호칭인 ‘아프리카누스’가 추가되었습니다.
러시아나 이슬람 쪽으로 오면 이름 길이가 장난이 아닙니다. 여행기 <이븐 바투타 여행기> 작가로 유명한 이븐 바투타의 본명은 <아부 압둘라 무함마드 븐 압둘라 븐 무함마드 븐 이브라힘 알 라와티>입니다. 유럽이든, 중동이든 일반적으로 이름이 길면 돈 좀 있는 집이거나 고관대작이라고 여기면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평민들은 가문 이름이 없는 경우가 많았고 우리나라도 지금은 다 자기 조상이 양반이려니 믿고 있지만 전체 인구의 3%가 안 되는 양반만이 성을 갖고 있었다네요.
이렇게 있는 집안, 권력이 있던 집안만 가졌던 성인데 의외로 대충 지은 듯한 성들이 많습니다.
빵 굽는다고 베이커 Baker, 옷 짓는 테일러 Taylor, 대장간에서 일한다고 스미스 Smith, 신발가게 한다고 슈베르트 Schubert, 군바리라고 마샬 Marshall, 목사라고 채플린 Chaplin, 마부는 카터 Carter입니다. 돼지 키운다고 베이컨 Bacon, 도자기 굽는다고 포터 Potter, 정원사라고 가드너 Gardener라고 성을 지었습니다. 이쯤 되면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이런 거 안 물어봐도 될 것 같지요.
직업으로 이름을 진 건 그럴 수도 있겠다 쳐도 정말 성의 없어 보이는 성도 꽤 됩니다. 갈색머리칼이라고 브라운 Brown, 금발이라고 브라이트 Bright, 피부가 하얗다고 화이트 White는 그렇다 쳐도 다리 길다고 롱펠로우 Longfellow, 팔 힘세다고 암스트롱 Armstrong은 좀 그렇지요.
성을 보면 어느 나라 출신인지 알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맥도널드 MacDonald, 맥아더 MacArther, 매킨토시 MacKintosh같이 맥 Mac이 성에 붙으면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 출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오 O’가 붙는 성도 생각나실 겁니다. 오하라 O’Hara, 오설리반 O’Sullivan, 오헨리 O’Henry, 오닐 O’Neil 같은 사람들은 아일랜드 출신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성들은 죄다 중국에서 들어온 것들로 보이는데 유일하게 ‘박’씨만이 토종 한국 성입니다. 알에서 나왔으니 선조가 있을 수 없지요.
우리가 좋아하는 스페인에서 유명한 성들이 있습니다. 다들 한 번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1위부터 5위를 보자면 가르시아 Garcia, 페르난데스 Fernandez, 곤잘레스 Gonzales, 호드리게스 Rodrigues, 로페즈 Lopez입니다.
8, 9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마이클 Michael을 알 것입니다. 당시 떠도는 말 중에 3인의 미국 흑인 마이클이 전체 흑인이 가진 부의 대부분을 소유했다고 했습니다. 바로 마이클 잭슨, 마이클 조던, 마이크 타이슨입니다. 마이클은 미국에서 참 흔한 이름 중 하나인데 기독교 세계에서는 가브리엘, 라파엘과 함께 인정받는 천사 중 하나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바로 미카엘 천사이지요. 유럽 미술관 가시면 엄청나게 자주 등장하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만군의 주님 사령관으로 악마를 물리치는 대천사이고 이름의 뜻은 <누가 하나님과 견줄 수 있느냐?>입니다. 가수인 마이클 잭슨은 모르겠는데 운동선수인 조던과 타이슨에게는 잘 어울리는 이름이지요.
마이클 Michael은 마르쿠스 Marcus와 같은 이름인지 헷갈리는데 마이클은 히브리어이고 마르쿠스는 라틴어입니다. 성경의 마가복음을 쓴 마가가 마르쿠스인데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마르크, 라틴어에서는 마르켈루스나 마르키우스라고도 부릅니다. 영어로는 마커스 또는 마크라고 불리고 이탈리어로 마르코라고 합니다. 히브리어 마이클은 그리스어나 라틴, 이탈리아어로는 미카엘이고 독일어로는 미하엘, 러시아어로는 미하일입니다.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로는 미겔, 영어로는 마이클이고 여자일 경우 미셸, 폴란드어로 미하우, 프랑스어로는 미셸입니다. 기독교에서는 미가엘로 발음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