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얄팍한 보냉팩이 필요할 때

by 이프로

겨울을 제외한 3 계절 근교 당일 산행할 때 저는 20리터 이하 작은 배낭을 가져갑니다. 바람막이나 물, 간식 정도만 필요하니 사용하지 않을 때 스틱과 모자, 선글라스 등을 담는다고 해도 충분하거든요. 그런데 이제 날이 더워집니다. 시원한 물이 필요하고, 챙겨 간 김밥이 상하지 않아야 하니 보냉팩이 있으면 좋겠지요.


이런 용도로 디팩을 많이 사용하는데 문제는 디팩의 길이가 20리터 급 배낭에는 좀 뚱뚱한 편이어서 잘 안 들어갑니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면 담아주는 우편 서류봉투 같이 생긴 보냉팩을 사용할 때도 있지만 그건 또 너무 작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맞춤형 보냉 팩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요구르트 보냉팩입니다.

디팩같이 생겼는데 얄팍해서 작은 배낭에 쏙 들어갑니다. 폭이 김밥 줄을 감당할만하고 물통 두어 개쯤 담고 꺼내기에 편리합니다.

문제는 이 물건이 판매용이 아니라는 겁니다.

요구르트를 주문해서 먹는 집에 배달원이 담아놓고 가는 용도로 만들어진 거라 비매품이고 주문한 고객들에게만 주는 거라고 합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요구르트를 파는 전동차에 이런 디팩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아주머니를 만났어요.

제가 음료를 찾는 줄 알고 홍삼이 그려진 요구르트를 한병 들더니 영양성분과 효능을 설명하십니다.

잘 듣고 하나 사서 마셨지요.

"정말 맛있네요. 한병 더 주세요." 저는 진심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왜 요구르트 디팩이 필요한지 메고 있던 배낭 속을 보여드리면서 아주머니께 설명드렸습니다.

아주머니는 따라 웃으시며 메어있던 디팩을 하나 떼어서 먼지가 묻었다고 물티슈로 닦아서 주십니다.


이 방법이 두루 통용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암튼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 인심 좋은 요구르트 아주머니 많이 파시고 부자 되세요!

IMG_3414.jpg?type=w1600
IMG_3415.jpg?type=w1600


IMG_3417.jpg?type=w160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름이야기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