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따뜻해지는 날이 오기를
의외로 나는 다른 이와의 교류가 적은 편이다. 자진해서 사람과의 교류를 바라지도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내가 연락을 기다리고, 만나기 위해 신발을 챙겨 신게 만드는 유일한 것이 있다.
바로 중고거래다.
중고거래, 중고거래라… 생각해 보면 나의 중고거래의 시작은 중학교 시절에 산 취미용품이었던 것 같다. 그전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신품만 구매했었고, 그것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다. 중고거래의 이름은 알았으나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언제 내가 그런 걸 하겠어?’라는 생각에 가까웠던 것 같다. 인터넷상으로 누군가와 교류할 것이라 생각도 하지 못한 어린아이의 생각이었다. 자란 지금은 중고거래를 매우 애용한다.
사람들이 중고거래를 가장 많이 하는 품목은 무엇일까? 우선 나는 주로 중고서점을 이용하는 것을 즐긴다. 책을 많이 읽기로 결심한 날부터 중고서점을 방문하는 횟수가 늘었다. 요즘은 특히 어플을 이용하며, 쿠폰을 이용하기 위해 부러 새 책이 아닌 중고책을 구입하기도 한다. 중고책을 구입한다고 해서 책의 상태가 특별히 다른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는 중고책만 가질 수 있는, 길들여진 책의 부드러운 책장 넘김을 좋아해 중고책을 오히려 거리낌 없이 대하는 것 같다. 심지어 새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온전한 책만 오는 것은 아니니, 교환과 반품 등을 심히 귀찮아하는 나로서는 중고거래를 더욱 애용하게 되었다.
취미용품의 구매와 중고책의 구매로 중고거래를 대하는 나의 인식과 장벽은 크게 완화되었다. 처음에는 물건의 판매자가 그 물건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라도 쉽게 물건을 거래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물건을 고르는 눈이 생겼고, 제품에 예민하지 않은 성정이 합쳐지니 중고거래는 더욱 수월해졌다. 그 후로 나는 본격적으로 중고거래를 즐기기 시작했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구매가 아닌 판매도 도전하기 시작했다.
나는 직거래보다는 택배 거래를 선호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누군가를 직접 대면하는 것을 꺼린다. 그 이유는 터무니없게도 내 외모 때문이다. 나는 내 외모에 자신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선을 특히나 신경 쓰는 편이다. 택배 거래로 제공되는 내 개인 정보보다도 외모를 가리는 데에 더욱 급급해한다니, 다른 사람이 들으면 꽤나 웃을 이야기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꽤나 예민한 문제이다. 마치 내가 나를 중고거래 하기 직전의 물품처럼 본다고 해야 할까? 어떤 이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만한 흠을 나는 더욱 크게 여기고 나의 가치를 갉아먹는다. 그렇게 나는 중고가 되어가는 것만 같다. 남의 손을 탄 물건에는 그리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면서, 왜 오롯이 나만의 것인 나에게는 그리 빡빡한 잣대를 들이대는 걸까. 참으로 아이러니하고도 우울해지는 문제다.
그러나 근처의 이웃과 중고거래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어플을 쓰고 나면서는 나도 밖에 나가야만 하는 계기가 생긴다. 그것이 엄마의 부탁으로 물건을 대리판매하는 것이든, 내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든 말이다. 당연히 가까이 사는 이웃과 거래하는데 택배를 이용하면 웃기는 상황이 나올 것이 뻔하니까, 나는 옷을 챙겨 입고 신발을 신는다. 아마 어쩌면 중고거래가 내 최소한의 활동 수치를 채워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웃과 직거래를 하는 경우는 아직 판매밖에 없었다. 직접 만나 거래를 하기 전에는 채팅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만큼, 꽤나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다짜고짜 가격을 깎아달라는 사람이나, 비꼬는 사람 등. 그렇다면 만날 때에는 좀 다른가? 아니, 전혀. 30분이나 기다리게 해 놓고 거래 불발을 시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흔히 ‘진상’이라 불리는 부류와는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제법 오만했던 것 같다. 또한 만나고 나서 입금자를 보니 외국인이었던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거래 불발 건보다도… 외국인인 줄 알았으면 좀 더 깎아주는 건데.
거래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내가 직거래를 하는 플랫폼은 ‘무료 나눔’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이벤트’ 기능을 자주 쓰는데, 돈 받기는 좀 그렇고 계속 우리 집에 두기엔 애물단지인 그런 물건들을 처분하는 데에 그 기능을 쓴다. 꽤나 자주 쓰는 편인 것 같다.
무료 나눔을 받는 사람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예의를 같이 나눔 당한 사람들이다. 대개 이런 경우는 이벤트 기능으로 거를 수 있기에 쉽게 보이지는 않는다. 나머지 하나는 보는 내가 다 웃음이 나오는, 몇 번이고 감사하다 인사를 해주시고 웃어주시는 분들이다. 얼마 전에는 어머니 뻘이신 분이 나오셨는데, 어린 나에게도 몇 번이고 덕담을 해주시며 고맙다 고개 숙여주시는 모습이 얼마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나눔은 하고 돌아오면 얼굴의 웃음과 가슴의 몽글거림, 그리고 가벼운 손과 집의 공간을 남겨준다. 이런 경험이 나에게 계속 팔 만한 물건도 나눔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나에게 한 순간이라도 기쁨을 주었던 물건이 나눔을 통해 또 다른 기쁨을 준다니, 좋은 이웃이 되는 데에는 별 힘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더 기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