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쟁이 아빠

by 채널김


아빠가 보호센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듯하다.

처음엔 솔직히 걱정이 많았다. 적응 못 하고 문제만 일으키는 건 아닐까 싶어서였다. 실제로 초반엔 선생님들을 꽤나 고생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 듯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다. 선생님이 보내주는 사진을 보면, 그저 잘 지내는 정도가 아니라 꽤 즐겁게 지내는 사람의 얼굴이다.

그 모습이 낯설면서도 다행스럽다.


아빠는 이제 60대 초반이다. 보호센터에서는 한참 '막내' 축에 속한다. 대부분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계신 곳이라 그런지, 그 안에서는 오히려 젊은 편이다.

선생님들의 나이도 비슷하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 정도. 그래서인지 아빠는 어르신들보다 선생님들과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그림이다. 보호받으러 간 사람이 보호하는 사람들과 더 친해진다는 게. 나이를 생각하면 그게 또 자연스럽기도 하다.


요즘은 선생님들끼리 저녁을 먹는 자리에 슬쩍 끼어 같이 밥을 먹고 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조금 놀랐다. 괜히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싶어 마음이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고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일인지 알기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 더 컸다. 아빠는 보호센터에 있다가도 종종 밖에 나가서 한 바퀴 돌고 오신다. 그럴 때면 내가 쥐어준 카드로 간식을 산다.


문제는, 그 간식을 혼자 드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엔 '왜 자꾸 돈을 금방 쓰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다른 분들과 나눠 먹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그게 일종의 '문화'가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아빠가 간식을 나눠주기 시작하자, 다른 분들도 하나둘씩 간식을 들고 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서로 주고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선생님 말로는 그 이후로 센터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괜히 뿌듯해졌다. 아빠가 예전부터 그렇게 여기저기 나누는 걸 좋아하셨는데 아직까지 그 성격이 남은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보호센터에서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아빠와 어떤 아주머니가 나란히 서서, 각자 종이에 서로의 이름을 써 들고 있는 사진이었다.

처음 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딱 하나였다.

'이 분위기 뭐지?'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사진이지만 그 아주머니는 꽤 고운 미모의 소유자셨다. 단정하고, 웃는 얼굴도 참 예쁘셨다. 하긴, 아빠도 아빠이기 전에 남자다.

그걸 보는 순간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조금 당황스럽고, 약간 웃기고 그리고 살짝 신기했다.


더 웃긴 건 그다음이다. 서로 연락처까지 저장해 두고, 종종 연락을 한다는 것이다.

얼씨구?

아빠, 거기 가서 연애하시는 건가요?

나이 들면 연애를 안 할 거라는, 혹은 못 할 거라는 이상한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모습은 내 눈에 어른이라기보다는 유치원생 같았다. 좋아하는 친구 생겨서 이름 써 들고 사진 찍는 그런 느낌. 괜히 웃음이 났다.


아빠가 치매가 아니었다면 저렇게 사진 찍는 모습은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본인의 체면만 차리느라 근엄한 모습만 보이려 하셨을 것이다. 스스럼없이 감정을 내보이는 모습이 해맑아 보였다.


한동안은 둘이 꽤 즐겁게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사진에서도 그렇고, 이야기를 들어도 그렇고. 그런데 그게 또 오래가진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말 어린아이들 같다.


금방 좋아하고, 금방 식고. 그걸 지켜보는 나는...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건가 싶었다.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참 다행스럽기도 했다. 여전히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고, 함께 웃을 수 있고, 또 금방 잊을 수도 있다는 것. 그게 어쩌면 지금 아빠에게는 가장 필요한 삶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또 누가 좋다고 하려나?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