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분절(盂蘭盆節, Ullambana)은 불교의 5대 명절 중 하나로, 한국에서 흔히 백중(百中)이라고 부릅니다. 조선시대엔 11대 민속 명절 중 하나로 여겨졌으며, 신라를 거쳐 고려시대부터 국가적으로 시행해온 유서깊은 날입니다. 또한 우란분절이 중요한 이유는 불교인들이 모여서 효(Filial Piety)를 행하는 날이기 때문이며, 동시에 스님들이 여름 석 달간 한곳에 모여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진하는 하안거가 끝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보통 불교의 주요 명절은 부처님이나 보살님의 탄신일 또는 성불일을 축하하기 위한 날입니다. 이와 달리 우란분절은 부모님과 조상들을 위한 특별한 날입니다. 미국 위앙종 도량에서는 우란분절이 되면 『우란분경』을 독송하고, 법당을 돌면서 ‘보부모은(報父母恩) 진언’이라는 만트라를 외웁니다. 보부모은 진언이란 말 그대로 부모님의 은혜를 갚기 위한 진언입니다.
목건련 존자의 신통력
우란분절은 부처님의 십대 제자 중 하나인 대성문승 즉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음을 구한 수행자인 대목건련(Mahamaudgalyayana) 존자로 인해 생겼났습니다. 사실 목건련 존자는 지장보살(Earth Store Bodhisattva)의 화신이기도 합니다. 목건련 존자는 부처님을 만나기 전에는 진리를 마음 밖에서 찾는 외도 수행자였는데, 그 수행법으로는 더 멀리 갈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수많은 스승을 찾아다녔지만 누구도 그의 문제를 풀어줄 수 없었습니다. 그더라 마침내 부처님을 만나서 평생 찾던 스승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부처님 밑에서 수행해서 재빨리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습니다.
아라한(Arhat)이란 출세간의 지혜가 열리기 시작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불교에서 아라한은 성자가 되었음을 뜻합니다. 왜냐하면 아라한은 자신을 비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라한이 되면 더이상 이기적이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수행하면 이렇게 아상(Ego)의 끝을 내고, 삼세(三界, Three Realms), 즉 이 세상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윤회의 바퀴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아라한이 되면 여러분이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다 갈 수 있습니다. 열반(Nirvana)에 들어갈 수도 있고, 원한다면 삼세 중 어느 법계에서든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됩니다. 이걸 바로 해탈(Liberation)을 얻었다고 표현합니다.
목건련 존자는 아라한을 증득한 다음 무엇을 했을까요? 목건련 존자는 예전보다 더 열심히 수행했고, 끝내는 신통력(Spiritual Penetration)을 얻었습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순서입니다. 우선 출세간을 지혜를 얻은 후 맹렬히 수행하여 신통력을 얻어야 합니다. 이와 달리 외도의 법에서는 신통력을 얻는 것이 유일한 목표입니다. 신통력만 갖고, 지혜가 없으면 신통력을 남용하게 될 확률도 높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 신통력 대신 지혜 여는 것을 더 강조합니다. 그것이 안전한 길입니다. 목건련 존자는 신통력을 위해 애쓰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탐심이 없어서 자연스레 열렸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의 신통력은 외도로 얻은 신통력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높았습니다.
모친을 위한 밥 한 그릇
목건련 존자는 신통력을 얻자마자 천안통(Heavenly Eye)을 사용해서 돌아가신 모친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아귀계에 떨어진 모친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목건련 존자는 즉시 밥 한 그릇을 들고 모친에게 날아갔습니다. 모친은 너무 배가 고프고 목 말라서 허겁지겁 밥을 입속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밥이 입에 닿자마자 불타는 숯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목건련의 모친은 입, 혀, 목구멍이 모두 타는 극심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아귀는 바로 그런 상태에 있습니다. 그런게 바로 업보(Karmic Retribution)입니다. 우리들은 복이 많기 때문에 밥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업보를 가진 인간으로 태어났습니다. 아귀에게는 음식이 그냥 숯덩어리일 뿐입니다. 배가 아무리 고파도 먹을 수 없습니다. 업보는 그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목건련 존자는 모친을 돕고 싶었는데, 오히려 더 괴롭게 만들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부처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부처님은 그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아무리 신통력이 있다해도, 네 아라한의 단계에서는 모친을 도울 수 없다!"
아라한은 수행으로 힘을 얻어서 자신은 도울 수 있지만, 타인을 진짜로 도울 힘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아라한은 해탈을 얻었지만 타인이 해탈하도록 도울 수 없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석가모니 부처님이 자기 자신만 구하고자 이 세상에 오셨을까요? 부처님은 이 세상의 모든 이를 돕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여러 법(Dharma)를 가르쳤습니다. 우리가 타인을 도우려면 우선 자신부터 도울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건 아라한과 또는 연각의 과위를 증득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달리 말해서 여러분이 마음의 명료함을 갖게 되면, 타인을 도울 수 있는 법을 수행할 수 있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타인이 해탈하도록 도우려면 먼저 해탈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법
부처님은 목건련 존자에게, "네가 아라한일지 몰라도 모친이 해탈할 수 있께 도울 힘은 아직 부족하다. 그러니 시방성승(Sagely Sangha of Ten Directions)에게 도움을 청해라"고 가르쳤습니다. 이 세상에는 시방 즉 온방향에 걸쳐 수많은 수행자가 있는데, 그중에 이제 막 3개월 안거를 마친 성문들과 보살들이 있습니다. 음력 7월 15일 이제 막 여름안거를 마친 많은 출가자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그 복을 모친에게 회향하도록 했습니다. 이것이 부처님이 가르친 법입니다.
목건련 존자는 즉시 부처님의 말씀을 따랐습니다. 그는 바로 그날 시방의 삼보께 공양을 올렸고, 모친은 즉시 해방을 얻어서 천상에 왕생했습니다. 아귀의 비참한 상태와 고통에서 해방된 것입니다. 여러분은 아귀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지 상상할 수 있나요? 우리는 단 며칠만 단식해도 매우 괴롭다고 말합니다. 진정한 괴로움을 겪지 않고서 자비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단식을 해보면 자연스레 자비심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제사문화
여기서 잠시 한국의 제사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봐야 합니다. 동양에서는 가족이 모두 모여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때 조상들에게 많은 음식을 올립니다. 예를 들어 생선구이, 산적, 고깃국 등 온갖 산해진미를 준비합니다. 사실 아귀계에 떨어진 사람은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고, 수백만 년 더 머물러야만 하는데, 우리가 그런 음식을 매년 올리면 사실 그들에게 괴로움은 가중됩니다. 왜일까요? 아귀는 그걸 먹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목건련 존자가 모친에게 준 쌀밥 한 그릇처럼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전통을 비난하려는 게 아닙니다. 조상에게 음식을 올리기 전에 이점을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조상에게 고기나 생선구이를 올리는 건 좋은 일이 아닙니다. 첫째로 조상들은 그걸 먹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가축과 물고기를 죽인 업이 추가됩니다. 차라리 조상을 위한다면 제사 때 채식 음식을 올려보십시오. 그리고 다음 세 가지 진언을 외우세요. 그렇게 하면 조상이 먹을 수도 있고, 여러분은 이들을 대신해서 복을 지을 수 있습니다. 또 그들의 고통을 멈추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변식수진언變食水真言(Transforming the Food True Words)
나모사와다토예도/와루즈디/난/산보라산보라/홍(3회 반복)
감로수진언甘露水真言(Sweet Dew True Words)
나모수루포에/단도예도예/다즈토/난/수루수루/보라수루보라수루/소포허(3회 반복)
보공양진언普供養真言(Universal Offering True Words)
난/예예낭/산포와/파리라/홍(3회 반복)
맹목적으로 전통을 따르는 대신 바른 법을 배워서 따라 해 보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이 아끼고 사랑하는 이를 도울 수 있습니다. 다른 이를 돕기 위해서 불보살님들이 가르쳐 준 그 가르침 즉 방법을 따르십시오. 아라한이 가르쳐 주는 방법조차도 진짜로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아라한은 아직 다른 이를 돕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우 행운입니다. 여러분이 오늘 배우는 것은 위앙종의 조사, 선화 상인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선화 상인은 모든 중생을 돕기 위하여 중국 본토에서 미국으로 대승의 가르침을 가져가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은 한국에서 그것을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우란분절의 흥미로운 가르침은 누군가를 진정으로 돕기 위하여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공양을 올리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먼저 공양을 삼보에 올리고 그 공덕(Merit and Virtue)을 회향(Transference)하는 것입니다. 목건련 존자는 각별한 진심으로 삼보에 공양을 올려서 아주 많은 복을 지을 수 있었고, 모친은 그 즉시 해방을 얻어 천상으로 갔습니다.
그 일 후 부처님은 매년 불자와 불자가 아닌 모든 이들이 모두 모여서 조상을 위해 공양을 올리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불교 수행의 정수입니다. 누구든 믿음만 있다면 음력 7월 15일 우란분절에 삼보를 위한 공양을 올리고자 마음을 내보십시오.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삼보에 공양을 올리고, 그 공덕을 조상에게 회향하면 현생의 부모와 7대 조상뿐 아니라 6촌의 친인척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아주 좋은 일입니다.
"부처님은 수행승들의 자자일(自恣日)주5인 7월 15일에 과거와 현재 7세(世)의 부모를 위하여 부처님과 승려에게 백 가지의 음식과 다섯 가지의 과일 등을 정성스럽게 공양을 올리면 비원(悲願)주6의 성취는 물론, 돌아가신 어머니도 천계(天界)주7의 복락을 누리게 된다고 하였다."
한국은 문화적으로 예(禮)와 효(孝)를 중시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님의 현생을 위해 많이 노력합니다. 하지만 불자라면 부모님을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부모님이 왕생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또 부모님이 정토왕생을 얻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 말법 시대에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님이 서방 극락 정토에 가도록 해드리는 것입니다. 만일 여러분 부모가 선을 수행해서 아라한과를 증득할 수 있다면, 그 또한 효를 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부모님이 왕생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가장 궁극적인 형태의 효는 출가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