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장(所知章): 아는 것에 대한 집착이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청주 보산사에 살면서 어려운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한국을 떠난지도 오래됐었고, 스님으로 살아야 하는 방법도 몰랐고, 모든 게 다 혼란스러웠습니다. 영화 스님은 나에게 한국 스님들이 법랍이 높으니 따르라고 하셨지만, 그 스님들은 위앙종에서 수행하고자 왔기 때문에 오히려 저한테 물어볼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서로 쌍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절에 와서 이건 이렇게 해야한다, 저건 저렇게 해야한다 늘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본래 책임의식이 너무나 강했던 나는 사람들이 강하게 의견을 주장하면 줄곧 화가 났습니다. 위앙종으로 배우러 와서 왜 저렇게 한국식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하는거지? 하지만 영화 스님은 나에게 어떠한 결정권도 주지 않았고,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늘 괴로움이 많았습니다. 사람들 사이에는 늘 분쟁과 문제가 많았습니다. 맘속에서 늘 "나에게 영화스님이 이렇게 말해줬으니, 내가 맞아! 그러니까 너는 틀려."라는 생각이 화가 일어나게 만들었습니다.
불교에서 이걸 ‘소지장(所知章)’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아는 것들이 바로 우리의 앞길을 막습니다. 지식이 많은 우리들의 상식과는 반대로, 지식이 오히려 우리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이렇게 지식은 무서운 것입니다. 그리고 내 맘속에서 번뇌를 일으키고, 충돌을 만듭니다. 우리의 지식과 경험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됩니다. 이건 수행의 단계가 아주 높은 이에게도 해당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수행의 단계가 상승할수록 아는 것과 확신도 강해집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기 쉽습니다.
여러분이 맞을 수는 있지만, 100% 옳을 수 있지만, 그것이 수행에서 발전을 방해한다면 어떨까요? 그러면 그런 지식이 좋을까요? 나쁠까요? 생각해보십시오. 아는 것이 오히려 우릴 함정에 빠지게 합니다. 성공, 지식, 지혜의 희생양이 되버립니다. 부처님의 지혜는 불가사의합니다. 하지만 이미 아는 지식이 일으키는 장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우릴 멈추게 합니다. 그것이 함정입니다. 지식이 가로막습니다.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느끼게 만들고, 확신하게 합니다. 타인의 말은 더는 안 듣는 겁니다. 그래서 어떻하죠? 긴장을 푸십시오. 고집을 부릴 때, 스스로 자랑스럽게 느낄 때, 그 지식이 문제가 돼버립니다. “이것은 내가 아는 문제이다. 내가 옳다”라고 하면서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다면, 고집부리는 걸 멈추십시오. 그러니 지식에 대해서 걱정하거나, 좋은 지식인지, 나쁜 지식인지, 성공인지 실패인지, 원하는 걸 얻을지, 얻지 못할지, 뭘 걱정합니까?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것이 지혜입니다. 걱정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스스로 옳다는 함정에 빠져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