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이나 불교에 관해 읽는 걸 좋아하시나요? 꽤 많은 사람이 읽는 걸 좋아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 그 책이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들면 어떤가요? 선 명상의 관점에서는 그건 좋은 게 아닙니다. 왜냐하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면 그건 선명상의 목표와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명상이란 머리로 추론하는 게 아닙니다. 수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몸을 써서 앉거나 절하거나 무언가를 해서 전과 다른 상태를 경험해야만 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깨달음에 대해서 토론하거나, 명상이 이렇다 저렇다 많은 말을 합니다. 혼자서 머릿속으로 깨달음에 대한 생각을 하고, 다른 이를 보면서 이 사람은 수행이 좀 되었네, 좀 덜 되었구나 등 많은 생각을 합니다. 또는 깨달음이나 불교가 얼마나 멋지고 훌륭한지 말합니다. 수행해서 불성을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말들이 이론적으로는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비현실적인 일입니다. 왜냐하면 선 명상이나 수행하는 데 그런 말들이 사실상 불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그건 선 명상을 하는 데 있어 더 단단하고 좋은 기반을 다지는 것입니다. 바르게 수행하고 옳은 방향으로 계속 가다 보면 반드시 목표에 도달할 것입니다. 결국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것입니다. 불교가 얼마나 위대한지, 어떤 참선법이 더 뛰어난지 그런 이야기는 쓸모가 없습니다. 더 중요한 건 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도달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세상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움직임(동動)과 고요함(정靜)입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우리의 삶은 이 두 가지 중 하나로 되어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옆에서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면 그건 움직입니다. 그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그 움직임을 따라갑니다. 그리고 움직임에 응하기 위해서 생각을 일으킵니다. 그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나서 움직임에 반응합니다. 우리 주변 모든 게 다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도시 한복판에 있다면, 고층 빌딩과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교차로 신호가 바뀌면 사람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거대한 강처럼 많은 사람이 움직입니다. 그러면 여러분도 한꺼번에 밀려 딸려나갑니다. 복잡한 도심에서 통제가 어렵습니다. 통제가 안 되는 곳에서는 그냥 따라 움직이는 게 현명합니다. 거기 저항하면 흐름 속에서 밟힐 수 있고, 그러면 다칩니다. 그것이 움직임에 움직임으로 응하는 방법입니다. 흐름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가만히 있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1대 1로 겨룰 때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하메드 알리"를 아시나요? 알리의 상대는 그의 주변을 원을 그리면 움직이는데, 알리는 거의 안 움직입니다. 이렇듯 누군가 싸움을 걸려고 한다면 우리 마음속에는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현명한 대처법은 "고요함"입니다. 그게 명상입니다. 그게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입니다. 고요함(정)은 결국 움직임(동)을 이깁니다. 움직이면 기력이 떨어집니다. 움직이는 쪽은 기력이 다해서 취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상대 혼자 그냥 싸우게 내버려 두십시오. 움직이게 두십시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결국 상대는 지칩니다. 그때가 공격할 적시입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선(禪)에서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달마대사가 선 명상을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했습니다. 선화 상인도 선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전했습니다. 그리고 그 두 분이 우리에게 가르치신 첫째가 그것입니다. 싸우지 말라[不爭]고 하셨습니다. 이기고 싶다면, 여러분이 우월한 사람이라면 싸우지 않습니다. 거기서 통제력을 배우고, 가만히 있는 법을 배웁니다. 선 수행이란 삶과 죽음의 싸움, 어둠과 빛의 싸움, 선과 악의 싸움에서 이기는 일입니다. 선은 현실입니다. 이론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 인생을 책임지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선을 배우는 게 시간 낭비가 될 것입니다.
* 참고 법문: 영화 스님의 ‘팔풍, 방귀 뿡뿡(8 Winds-Fart Fart)’(2014년 4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