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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Jun 21. 2021

창원시의 보물 성주사, 기운 맑은 법당에서 참선하다.

경남 창원시 불모산에 위치한 성주사

어제 경남 창원시에 사찰 업무상 가야 할 일이 있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창원시를 갔습니다.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창원 주변을 좀 더 둘러보기 위해 하루 자고 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출가하기 전에도 잠은 역시 사찰에서 자는 게 제일 좋았습니다. 기운도 맑고, 무오신채 채식하는 저에게는 사찰만큼 좋은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경남 지역엔 아는 스님도 별로 없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일단 그냥 성주사에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청주 보산사에 상주하는 출가자 현안이라고 합니다. 제가 창원에 사찰 업무가 있어서 그런데 혹시 템플스테이관에서 하루 잘 수 있을까요?"

"템플스테이 팀장님 연락처 드릴 테니 연락해 보세요"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청주 보산사에 있는 출가자 현안이라고 합니다. 사찰 업무로 창원 지역에 가야 하는데 성주사에서 하루 잘 수 있을까요?"

"네 스님, 그냥 편하게 오시면 됩니다. 식사도 준비해 드릴 테니 몇 시에 오시는지 알려주세요"


성주사는 시내에서 생각보다 접근성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런데도 나무도 많고, 계곡물도 엄청 맑아서 깊은 산속에 있는 산사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시내에서 입구가 그렇게 가까운데 절에 들어가니 마치 다른 세상에 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아는 스님이나 아는 직원이 없는 절인데도, 이렇게 편하게 해 주시다니 정말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모든 방문객이나 스님들에게 방을 주진 못하겠지만, 아무튼 어떤 인연인지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한테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일단 청주에서 창원으로 내려가서 일을 잠깐 보고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성주사에 도착했습니다. 템플 팀장님께서 절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해주고, 저를 잘 챙겨줬습니다. 템플관에서 제일 넓고 좋은 방으로 주셨는데, 전통식 문을 열면 사방이 트여서 바람이 시원했고, 템플스테이 숙소 바로 뒤에 위치한 계곡물은 엄청 깨끗하고 맑았습니다. 그리고 성주사가 전체적으로 시내보다 훨씬 시원하고 쾌적했어요. 태양은 뜨거운데 성주사 안은 공기가 매우 쾌적하고 좋게 느껴져서 놀라웠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청화 큰스님께서 성주사에서 법문도 하셨고, 기운이 매우 좋은 절이라 수행하기 좋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역시나!

성주사의 법당과 템플스테이관

특히 성주사의 법당은 옛 모습이 잘 남아 있어서 아름다웠고, 법당에 앉아보니 기운이 매우 좋았습니다. 참선하려고 결가부좌를 틀고 앉았는데 몇 분 만에 바로 몰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창원에 가신다면 꼭 성주사 법당에서 명상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기운이 어찌나 좋은지 다음 날 성주사를 떠나기 전에 일부러 법당에 가서 한번 더 앉았는데 일어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어요.


다른 화려한 큰 고찰보다는 다소 검소한 모습이었지만, 명상이나 참선을 하신다면 성주사의 법당에서 앉아보시길 적극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법당과 명부전 내부 사진

다음 날 성주사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템플스테이 팀장님이 아침 식사 안내를 위해 왔습니다. 공양간에 도착하니 스님들께서 저를 처음 만났는데도 매우 반갑게 맞아주셨고, 어른 스님들도 권위적으로 대하시기 보다는 자상하게 환영해 주셨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스님들과 잠깐 차방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성주사에 계신 모든 스님들이 매우 순박하고 자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들이 밖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끌고 절에 갔을 때, 이런 스님들이 계셔서 사람들에게 힘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래에 성주사의 승가와 저희 미국 도량의 승가가 좋은 인연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성주사 방문을 마치고 창원 시내에서 일을 보고, 화련정이란 식당을 갔습니다. 화련정은 특이하게 무오신채 채식을 주문하면 준비해 주는 곳입니다. 밖에 나가면 무오신채 채식으로 식사를 하기 매우 어려운데, 이런 맛집에서 그렇게 해주시니 좋은 경험이었고, 반찬 하나하나가 매우 정성스러운 맛이었습니다.


같이 식사한 분들은 창원에 사는 분들인데, 화련정의 반찬 하나하나 모두가 다 너무 맛있다고 하면서 즐겁게 점심 식사를 했어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진해를 갔습니다. 일부러 진해를 바로 가지 않고 마산만을 둘러보았는데, 마치 캐나다 밴쿠버 같았습니다. 바닷물이 너무나 깨끗했습니다. 미국에서 사업할 때 밴쿠버를 거의 일 년에 두 번씩 갔었던 적이 있는데, 밴쿠버 부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진해에 갔습니다. 진해는 좀 더 작은 도시이지만 너무 쾌적하고, 최근에 새로 고친 길, 공원도 좋았습니다. 특히 진해루가 인상적이었는데, 미래에 많은 사람들과 다 함께 이 멋진 진해루에서 참선해보고 싶습니다.

창원시의 보물, 기운 맑은 법당에서 참선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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