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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Jun 27. 2021

아트 갤러리 같은 예쁜 망월산 정각사. 서울 도심 산사

동서양 그리고 옛것과 현대가 공존하는 곳

서울에 항상 금요일에만 갔었는데, 정말 거의 처음으로 토요일에 서울을 갔습니다. 아는 스님이 알고 봤더니 서울로 옮겼다고 하셔서 만났는데, 한성대입구 전철역 근처에 위치한 정각사에 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잠깐 들리기로 했어요.


처음 도착했을 때, '우와 어떻게 이런데 절이 있지? 신기하다'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절 입구까지 꼬부랑꼬부랑 빼곡하게 집이 있는 곳을 거쳐서 갈 수 있었습니다.

비좁은 골목을 지나 정각사에 들어서면 다른 세상에 도착한 것 같답니다.

그런데 의외로 문 안으로 들어가니 꽤 넓었습니다. 평평하고 탁 트인 넓은 곳은 아니었지만, 건물 위치와 구조, 그리고 디자인을 잘하신 것 같습니다. 특히 유리벽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모든 공간이 더 넓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절 구석구석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돌 조형물들이 있는데, 겉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굉장히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포르투갈 리스본에 영화 스님을 따라서 참선 지도하러 갔을 때가 기억났습니다. 감각적으로 꾸며진 유럽의 붓다 홀과 아트 갤러리와 같은 느낌이었죠.

특히 법당 앞에 있는 작은 마당에 있는 조형물은 매우 예술적이었습니다.

보통 여기 주지 스님이 매우 바쁘신데 오늘 마침 계신다면서, 가서 인사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스님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 갔는데 정목 스님이 계셨습니다. 최근에 제가 쓴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가 나오고 나서, 온라인 서점을 검색하면서 뵈었던 친숙한 모습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출가해서 한국 승가의 법을 잘 몰라서 혹시 예의에 어긋날까 살짝 우려되었는데, 정목 스님은 밝은 얼굴로 저희를 맞이해주셨습니다. 정목 스님은 얼굴이 매우 맑으셨습니다. 절 기운도 매우 맑았습니다. '역시 옛날에 출가하신 분들은 좀 다르구나'라는 느낌이었죠.


정목 스님은 매우 바쁘실 텐데도 시간을 많이 내주셔서 함께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정목 스님이 가신 후에 공양간 바로 옆에 "붓다 홀"이라고 부르는 공간에 들어갔습니다. 유럽에 있는 명상 센터와 같이 매우 간결하고 감각이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이 공간도 기운이 너무 좋고 맑았습니다.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아서 그런지 집중하기 매우 좋았습니다. 저랑 같이 동행한 분들도 다 같이 결가부좌로 앉았습니다. 우리 모두 다리를 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앉아 있다 보니 거의 밤이 다 되도록 앉아버렸습니다. 정각사에 간 덕분에 다 함께 결가부좌로 앉아서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도심 도량이라 오후 6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동행한 분들도 일반인은 보통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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