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선사” 이야기

by 현안 XianAn 스님

분당 보라선원은 전철역 바로 옆에 있어 교통이 편리한 편이지만,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여전히 거리의 부담이 컸습니다. 그 때문에 서울에도 도량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점차 많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분당에서 지내는 시간이 꽤 좋았습니다. 공간도 넉넉했고, 함께하는 대중도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25년 봄, 영화스님께서 한국에 오셨을 때 서울 도량을 열자는 결정이 최종적으로 내려졌습니다. 그 결정을 들은 바로 다음 날, 저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유럽 선명상 원정대를 위해 한 달 일정으로 유럽으로 떠나야 했습니다.

서울 도량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스님들과 재가자들이 함께 나섰지만, 조건에 맞는 공간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유럽에 머무는 동안에도 저는 틈날 때마다 네이버 부동산과 사찰넷을 검색했습니다. 종로, 성북동, 부암동, 장충동 등 서울 곳곳을 살폈습니다.

영화스님께서는 “법당은 조금 넓어야 한다”고 하셨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그 조건을 충족하는 공간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종로가 가장 적합해 보였지만, 임대료를 고려하면 대부분 오래된 건물들이었고 구조도 매우 협소했습니다. 홍대입구, 대학로, 연희동 등 다른 후보지도 여러 차례 거론되었지만, 결정적으로 맞지 않는 지점들이 늘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돌아온 다음 날, 저는 현적스님과 한 신도님과 함께 차를 마시며 서울 도량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버릇처럼 네이버 부동산을 검색하던 중, 우리가 여러 차례 차 모임과 선명상을 했던 청호다원 3층이 임대로 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예전에 ‘고금선원’이 있던 자리로, 공간은 작았지만 위치가 매우 좋았습니다.

저는 곧바로 영화스님께 이 소식을 전했고, 다행히 스님께서 승낙해주셨습니다. 우리는 바로 임대 계약을 진행했고, 곧 리모델링에 들어갔습니다. 공간이 작은 만큼 준비는 더욱 세심해야 했습니다. 여름 내내 저는 하루도 빠짐없이 분당에서 종로로 오가며 공사 현장을 지켜보았습니다.

비용을 아껴야 했기에 대부분의 물품을 당근마켓에서 구했고, 그 덕분에 보라선원 분들은 저를 ‘당근선사’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서보스님이 지어준 별명이었습니다.

어떤 부처님을 모실지도 중요한 고민이었습니다. 영화스님께서는 중국에서 알아보자고 하셨지만, 여러 가능성을 함께 검토했습니다. 그러던 중 승락사 연각스님께서 “새 삼존불을 모시게 되었는데, 원래 모시던 관세음보살님을 보화선원에 모셔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오래된 관세음보살님을 보화선원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과거 승락사에서 선명상 모임을 함께했던 신도들과 학생들은 이 인연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자청해서 개금을 준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복장에 대해서도 더 깊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선원을 여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필요로 했습니다. 방송 장비 설치부터 살림 마련, 목탁과 법구 구입, 각종 행정 절차, 간판 디자인과 설치, 인터넷 개통까지 모든 일이 직접 손을 거쳐야 했습니다. 공사 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교계 인사들과 여러 스님들, 주변 이웃들을 만나게 되었고, 새로운 선원이 열린다는 소식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영화스님께서는 점안식을 조용히 내부적으로 진행하자고 하셨지만, 여러 기자들과 지인들이 일정을 문의해 결국 공개 점안식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점안식에는 오랜 인연의 석두스님과 최근 인연이 된 동명스님을 모셨습니다. 두 분 모두 우리에게 친근한 분들이었습니다.

점안식 날, 동명스님께서는 “조계종 스님이라면 조계사 바로 앞에 선원을 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문을 열었다는 건 정말 모험적인 일”이라고 말씀하셨고, 모두 웃으며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졌습니다.

보화선원이 문을 열자 가장 기뻐한 사람들은 서울 곳곳의 카페를 전전하며 함께 수행하던 청년들이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거의 매일 선원에 나와 좌선하고, 함께 밥을 먹고, 청소를 하며 점점 가족처럼 가까워졌습니다. 그중에는 전문 요가 강사도 있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선명상과 불교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무료 요가반을 시작했습니다. 요가 수업은 수행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위한 하나의 통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보화선원은 절 수행, 선명상, 차담, 요가, 염불, 다라니 기도까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만큼 다양한 수행으로 채워졌습니다.


우리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비상식적으로 보이거나, 가까이하기 힘들다고 느껴지는 사람일지라도 수행을 통해 마음이 안정되면 수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대중이 그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믿습니다. 지금 보화선원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지닌 다국적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도심 속 작은 공간에서 국적과 인종, 종교를 넘어 새로운 수행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대승은 널리 펼쳐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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