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스님 한국표류기> 출판 비하인드

미국에서 출가한 후 한국에서 겪은 좌충우돌 경험의 기록

by 현안 XianAn 스님

작년 여름, 조계종출판사에서 일하시는 한 편집자님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이메일을 보니 제가 브런치에 연재하던 글을 읽고 결가부좌로 앉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편집자님은 휴일에 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잔디밭에 돗자리와 텐트를 펴고 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문득 제 글이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이런 날씨에 공원에서 사람들이 모여 함께 참선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공원에서 명상을 함께 하는 풍경이 흔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그런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제 출가 고향은 미국 캘리포니아입니다.저는 출가 전 캘리포니아에서 공원에서 선명상 모임을 운영했습니다. 선명상은 장소나 시간에 제약이 없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고, 가르칠 수 있습니다. ⓒ 현안스님관련사진보기


편집자님은 제가 쓰는 브런치 연재글을 읽은 뒤 매일 아침 혼자 결가부좌 수행을 해보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원래 하던 10분 명상에서 반가부좌를 결가부좌로 바꾸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20분, 30분으로 늘려 결국 한 시간까지 앉아보았다고 합니다. 다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쉽지 않아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고도 했습니다. 결가부좌를 풀 때도 순서가 있는지, 다리 통증이 심할 때 바로 행선을 해야 하는지 등 혼자 수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기는 질문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 글이 쉬우면서도 술술 읽혀서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계속 감탄하게 되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브런치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심지어 제목까지 이미 생각해 두었다고 했습니다. 이메일을 읽으면서 사실 조금 의아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제안을 보낸 곳이 '조계종출판사'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위앙종에서 출가했기 때문에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오히려 그래서 더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마침 보화선원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하루하루 공사 현장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고, 동시에 영화 스님의 법문집과 불경 강설을 번역하고 출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어서 시간은 늘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그 이메일을 읽으면서 마음이 조금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바쁜 와중에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전문가분들이 책을 만들어 주니까 연재글을 모아서 보내면 알아서 잘 만들어 주시겠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번 책의 출간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연재했던 글들을 두서없이 모아 편집자님께 보내드렸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이게 정말 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후 편집자님으로부터 책의 초안이 도착했습니다. 편집자님은 조심스럽게 전체적인 책의 구성과 방향을 설명해 주었고, 글을 조금 더 써 주면 좋겠다는 부탁도 했습니다.


편집자님이 제 책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애써 주시는 것을 보니 저도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옛날 사진들을 다시 꺼내 보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추가로 들어갈 글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한국에서 수행하며 얼마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왔는지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 결국 한 권의 책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제가 쓴 《미국 스님 한국 표류기》(모과나무, 2026)가 출간되었습니다.

▲기자간담회최근 제가 쓴 《미국 스님 한국 표류기》(모과나무, 2026)가 출간되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라는 것을 해보았습니다. ⓒ 현안스님관련사진보기


이 책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한국에서 만난 여러 스님들과 학생들, 그리고 출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선명상과 불교를 접하고, 각자 얻고 싶은 것을 얻어 가기를 바랍니다.


13일엔 이 책의 출간과 관련해 작은 기자간담회를 했습니다. 간담회 자리에서 편집자님을 보니 문득 지난여름 그 이메일이 떠올랐습니다. 한 통의 이메일로 시작된 일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편집자님이 직접 수행을 하면서 이 책을 함께 만들어 주셨다는 점이 저에게는 더욱 뜻깊게 느껴집니다. 이 책에 담긴 마음과 노력이 헛되지 않게, 누군가에게 잠시라도 자신의 삶과 마음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올려봅니다.

▲부산 홍법사 아메리칸 선명상편집자님은 책을 제작하는 동안 개인 휴가를 내고, 부산 홍법사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선명상을 참여하기 위하여 동행하기도 했습니다. ⓒ 현안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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