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왔습니다] 신간 <미국 스님 한국 표류기>을 펴내며
작년 여름, 한 편집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제가 연재하던 글을 읽고 결가부좌로 앉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휴일에 한강공원에 나갔다가 잔디밭에 누워 쉬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런 날씨에 사람들이 여기서 앉아 수행을 하면 좋겠다."
한국에서는 아직 공원에서 함께 명상하는 풍경이 흔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그런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 편집자는 원래 10분 정도 명상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보고 반가부좌를 결가부좌로 바꾸고, 시간을 조금씩 늘려 결국 한 시간까지 앉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쉽지 않았고, 다리 통증이나 자세에 대한 질문도 계속 생겼다고 했습니다. 혼자 수행을 하다 보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들입니다.
그리고 실행에 앞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게 맞는지,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계속 확인하려 합니다. 하지만 막상 몸을 고정하고 앉아보면 전혀 다른 문제가 시작됩니다. 다리가 아프고, 자세가 흐트러지고, 금방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편집자는 결국 이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당시 저는 새로운 선원을 준비하고 있었고, 스승님의 선명상 지침서를 번역하고 출간하는 일도 진행 중이어서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통해 실제로 앉아보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 미국 스님 한국 표류기 흩어져 있던 글들이 한 권으로 묶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편집자는 매일 결가부좌로 앉는 연습을 이어갔고, 저는 질문을 직접 듣고 답해줄 수 있는 기회도 생겼습니다.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한 사람의 수행이 이어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 현안스님
이 과정에서 편집자는 매일 결가부좌로 앉는 연습을 이어갔고, 저는 질문을 직접 듣고 답해줄 수 있는 기회도 생겼습니다.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편집자를 비롯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이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이 나오자 출판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주었고, 여러 매체에서 기사와 영상으로 소개해주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었습니다. 많은 기사들이 출가 전의 이력이나 사업 이야기, 돈을 벌었던 경험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 기자간담회 책이 나오자 출판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주었고, 여러 매체에서 기사와 영상으로 소개해주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었습니다. 많은 기사들이 출가 전의 이력이나 사업 이야기, 돈을 벌었던 경험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 현안스님
사실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은 그런 개인적인 이력이나 극적인 변화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의 마음을 괴롭히는 번뇌와 문제들을 만들어내는 시각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 역시 수행을 통해 조금씩 변해갔고, 그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한국에서 만난 여러 스님들과 학생들과의 인연 이야기들을 통해, 저는 사람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오래 앉지 못하던 사람이,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며 자신의 상태를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방식이 무엇이었는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변화는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보는 경험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조금씩 더 오래 앉는 과정에서 스스로 그런 달라진 마음 상태를 직접 경험하는 일입니다.
▲ 서울 보화선원 북토크 책이 나온 후 선명상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북토크와 선명상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 현안스님
잠시 앉아보고, 그리고 앉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 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것이 선명상의 바른 기반입니다. 이 글에 등장한 사람들처럼, 그렇게 앉아보는 사람들은 결국 스스로 알게 됩니다.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두고, 그렇게 한 번 앉아보는 것에서 변화는 시작됩니다.
매일 15분, 20분, 30분씩 시간을 정해 앉아보는 과정을 이어가다 보면, 일주일 뒤에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각자가 바라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