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하의 수행 이야기
내가 처음 뚜하를 알기 시작한 것은 노산사에서 선칠하면서, 영화 스님의 출가인 제자들이 위산사에서 리모델링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뚜하는 위산사 승가선배인 현인 스님의 오랜 친구이며, 그녀는 나에게 도반이기도 합니다. 처음 뚜하를 만났을때 누가 보아도 그녀는 요가수행자였습니다. 풍기는 분위기와 패션스타일도 완전히 그랬습니다.
그녀가 절에 올때는 나름대로 수수한 옷차림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뛰어난 패션감각과 요가로 다져진 단단한 몸매로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항상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나는 그녀가 벌써 성인이 된 아들이 있는줄도 몰랐고, 그녀가 많은 괴로움을 겪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나는 내 고통에만 몰두하고 있어서 다른 이들의 고통은 알아차리지도 못한것 같습니다.
뚜하가 처음 영화 스님을 만났을 때, 그녀는 스님이 너무 교만하다고 느꼈습니다. 2018년 여름 선칠을 겪으면서 영화 스님을 개인적으로 알기 전까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해 뚜하는 아버지를 잃었고, 요가 선생님과 가장 가까웠던 영적 친구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설상가상으로 22살의 아들은 음주운전 사망 사고로 감옥에 갔습니다. 뚜하는 누군지 알지 못하지만 딸처럼 느껴지는 젊은 아가씨의 사고 사망으로 슬펐습니다.
이런 큰 사건들과 동시에 개인적인 인간관계도 위기에 있었습니다. 뚜하는 정신적 그리고 감정적인 붕괴로 인해서 입원하여 병원치료도 받았습니다. 뚜하의 세상은 모두 무너져내렸고, 절망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런 와중 뚜하의 오랜 친구였던 현인 스님이 노산사에 와서 선칠 수행을 하자고 설득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뚜하는 다시 힘을 얻어 희망을 갖고 선칠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뚜하는 10일간 선칠에 참여하면서 주변의 권유로 7일 동안 맹물단식을 했습니다. 그리고 참선도 최선을 다하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뚜하는 당시 전체적으로 매우 동요된 상태여서, 고요하게 앉아 있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마음은 끊임없이 우울한 생각들로 폭풍우처럼 시끄러웠습니다. 다리의 고통보다도 몸속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고뇌로 폭발할 것 같았습니다. 뚜하는 모두 다 버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10일 선칠이 끝날 때 쯔음 비명을 지르고 싶었어도,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뚜하는 너무 울고 싶었지만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선칠의 하루일과가 끝날때 여러 사람들이 영화 스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뚜하는 이야기가 끝날때를 기다렸다가 용기를 내서 영화 스님이 계신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녀가 마침내 영화 스님의 얼굴을 마주 보았을 때, 아무 말도 입에서 나오지 않았고, 하염업이 눈물만 강줄기처럼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뚜하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영화 스님은 마치 뚜하가 겪고 있는 모든 걸 다 이해하듯이 두 눈을 똑바로 보시고는, 낮은 음성이지만 꿰뚫고 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인생은 고예요. 이미 너무 많은 고를 겪었으니, 이제는 내려놓을 때가 되었어요. 모두 다 떠나보내세요.”
영화 스님은 아주 온화하게 말씀하셨지만, 동시에 이 부드러운 말뒤에 어떤 기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스님이 뚜하를 바라보는데 마치 번개가 나오는듯 했습니다. 그것이 뚜하의 닫혀있던 가슴을 깨서 열어줬습니다. 뚜하의 마음을 꿰뚤어 타파하고, 갇혀 있었던 환상을 깨버렸습니다. 뚜하는 그 동안 숨을 막고, 고통의 회오리바람 속에 깊게 갇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기운을 뚫고 나가서, 그녀의 마음은 맑아졌고, 가슴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모두 다 그냥 고요해졌습니다. 뚜하는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채로 그냥 다시 자리로 돌아가서 평화로움 속에서 가만히 앉았습니다.
그날 뚜하는 단식을 풀고, 미음을 먹었습니다. 점심시간 후 공양간 주변을 걸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와, 마음 속의 싸움이 느껴지질 않네. 더 이상 그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뚜하는 가볍고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모든게 갑자기 사라지고, 매우 가벼워졌습니다. 뚜하는 문득 어둠에서 깨어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다시 돌이켜 봤습니다. 영화 스님의 뒤에 있던 또다른 기운의 본체가 어떤 힘이 있어서 이런 모든 어둠을 밀어서 몰아내 버린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뚜하는 그 순간 영화 스님의 오만한 말투 뒤에는 강함과 자비의 보물이 감춰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뚜하는 영화 스님이 이런 환상을 깨뜨려버린 그런 기운을 줄 수 있는 엄청난 선정의 힘을 가진게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뚜하는 계속 물어봤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지?” 갑자기 마음이 고요해지고 가슴 속에서 환희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뚜하는 그 순간 영화 스님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뚜하는 영화 스님의 가르침과 이런 경험을 믿게 되었습니다. 영화 스님이 잘 아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구나. 이런 것이 뚜하의 마음 속에 믿음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뚜하는 영화 스님의 가르침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뚜하는 영화 스님이 교만하게 보였던 것은 어떤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무대 위에서 가면을 쓴 것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그녀는 이 경험으로 자기 자신의 생각들이 마음 속 괴로움의 근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뚜하는 그 후 불교에 귀의하였고, 지난 2년간 꾸준히 미국 노산사와 위산사에서 수행 정진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2020년 미국 위산사에서 선칠 수행에 참여하였고, 21일동안 맹물단식을 하고, 결가부좌를 풀지 않고 26시간동안 앉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 스님의 가르침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뚜하가 21일 동안 단식하는 동안 그녀의 육체는 목마름과 배고픔을 겪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완전한 평화와 안락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또한 그녀는 단식기간 중 기운이 온 몸을 돌면서 많은 힐링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그녀의 마음은 완전한 고요함 속에 있었으며, 생각이 없는 빈 상태에 있었습니다.
뚜하는 이제 모든 것을 달리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아픔이 있지만, 그녀는 정신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인생의 고통을 뒤로 하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