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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우울증이 있다면...

자녀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면 꼭 해야하는 일

by 현안 XianAn 스님

엄마와 아들이 함께 명상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은 내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 현안스님


미국에서 명상반을 시작했을 때, 신경정신과 처방약을 복용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제 신경정신과 처방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명상반에 참여하면서 마음을 열고 그런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중에는 자녀의 정신 건강에 대해서 상담을 청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당연히 부모들은 자녀의 정신 건강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게 됩니다. 자녀가 성인이든 어리든 이런 문제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괴로워하며, 원하는 삶을 누릴 수 없으니 말입니다. 왜냐하면 부모가 아무리 좋은 교육을 제공해주고, 큰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행복한 삶을 누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신 건강의 문제는 실상 부모가 대신 해줄 수 있는게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모님들은 정신적 건강 문제가 있는 자녀를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은지, 자신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부모님들과 상담할 때 늘 느끼지만, 부모는 자녀의 정신건강에 대해서 자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 쉬지 않고 생각합니다. 자녀가 괴로워하는 걸 볼때마다 "내가 이렇게 했었다면...", "내가 예전에 내 아이한테 이렇게 해줬어야 했는데..." 등의 후회가 많습니다. 게다가 그런 자녀와 한 집에서 사는 경우 자녀의 어려움에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들도 우울과 불안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어떤 부모들은 이런 실질적 문제를 완전히 부인합니다. 그건 상황이 더 안좋습니다. 왜냐하면 자녀의 안좋은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절한 도움과 대책을 찾는 대신, 자녀나 다른 가족 구성원을 비난하거나 그들에게 화를 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족 내 한 사람이라도 우울하면 가족 전체가 영향을 받기 쉽습니다. 보통 정신적 문제는 가족 내 내력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신 건강의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육체적 건강은 가시적으로 문제가 잘 드러날지 몰라도, 정신적 문제는 드러나기도 전에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퍼집니다. 정신 문제는 이렇게 복잡하고 얽혀있기 때문에 풀어내기 다소 어렵습니다. 또한 평생 다스려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자녀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면 먼저 해야하는 일이 있습니다. 부모가 정신적, 감정적으로 안정적이어야 자녀를 도울 수 있습니다. 정신이 명료한 상태여야만 더 바른 결정들을 내릴 수 있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감정부터 잘 다스려야 합니다. 부모가 걱정이 많거나 불안하면 자녀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도 망가집니다. 게다가 그게 장기화되면, 자녀의 문제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자신의 삶이 무너지고 있으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됩니다. 자녀가 도움을 청하기도 전에 도와주려는 대신, 우선 자기 자신의 마음부터 보십시오. 섣불리 자녀의 잘못을 지적하면 상태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상태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녀를 도와줄 수 있는 최상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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