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덕숭사에 방문한 후 김해로 갔습니다. 불상 장인 차기정 선생님을 만나서 미국 위산사에 설치될 천수천안 관음보살 불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부산 관음사 지현 스님을 만나뵈러 가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워서 그냥 얼떨결에 가게 되었지만, 아주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저는 예전엔 나이 많은 분들 만나는 게 좀 무섭고 부담되었었는데, 한국에 와서 여러 스님들과 만나면서 열린 마음을 가진 분들이 참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가지고 있던 그런 부담감과 두려움도 많이 줄었습니다.
서로 나이, 권위, 문화 이런 여러 장벽을 내리고 마음과 마음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아름답지 않나요?
대리석으로 된 관음보살님이 법당 옆에 계시고, 물도 졸졸 내려옵니다.
관음사는 건물 규모로 보면 엄청 큰 절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희한하게 법당 앞을 걸어가는데 '와 참 평화로운 절이는구나, 평화의 바람이 느껴지네'라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몇 년 전에 리모델링한 법당의 단청은 부드러운 색상과 화려운 금빛으로 장엄하였고, 원래 법당 외에도 새로 설치된 관음전에는 42수안 관음상이 계셨습니다.
일단 점심 시간이 되어서 점심부터 먹으러 갔습니다. 차 선생님이 미리 연락을 하셨는지 친절하게 식사할 수 있는 자리도 만들어 두셨어요. 밭에서 키운 싱싱한 쌈야채와 수행도량에서 먹는 그런 검소한 식사였습니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어요!
점심을 먹고 차방에 갔더니 지현 스님뿐 아니라 지현 스님 상좌 스님들도 여럿 계셨어요. 의외로 스님들께서 저한테 궁금한 게 있으셔던 것 같아요. 선화 상인에 대한 이야기, 영화 스님과 제 출가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하게 되었고, 염불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지현 스님과 대화를 하는데, 어른이라고 딱딱한 느낌보다도 참 편하신 분이구나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대화를 하다가 지현 스님의 웃으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속으로 '아마도 선방 스님이셨는지, 참 생각이 복잡하지 않으시고 해맑으셔서 좋다'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스님과 대화 중에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출가한 인연과 참선 수업을 하다가 참선만으로 어려운 경우 염불이나 주력수행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스님께서도 젊어서 수행하다가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염불의 도움을 많이 받으셨다고 하셨습니다.
지현 스님은 계산적이고 복잡한 분이 아니라고 느껴졌습니다. 스님은 그냥 자상하고 편하게 해주시려고 하는데 오히려 찾아오는 사람이나 주변에 계신 분들이 예의에 어긋날까 스님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너무 조심하면 거리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스님을 잘 알지못하지만 열린 마음을 가진 지현 스님께 누구든 열린 마음으로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면, 스님께서도 편하게 대해 주시고, 따뜻한 마음을 주실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승가에 지현 스님과 같은 분이 계셔서 한국 불교에 대한 사람들의 신심이 살아 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