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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Aug 10. 2022

복도

 복도는 교육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오가던, 소란스럽던 공간이다. 특히 신입사원 교육과정이 있는 기간이면 아침 일찍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조용할 새가 없었다. 무슨  말이 그리 많은지 그들은  복도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다. 여태껏 평생 서로 모르고 지내던 사람들도 금세 정을 쌓고 마주 보며 웃는다.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고 다짐을 되새긴다. 그런 소란스러움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날이면 인화원 전체에 활력이 넘쳤다. 인화원 구성원들도, 진급 교육에 참가한 사람들도, 임원 교육에 참가한 사람들도 그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모두들 자신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


그러나 지금  복도는 조용하다.  52시간제 때문에, 감염병 때문에, 혹은 디지털 변혁이라고 하는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든 지금  복도는 어둡고 조용하다.


드물게 오가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복도와 계단에 크게 울리고 누군가 꼼꼼히 손을 씻는 물소리는 폭포 소리처럼 크다. 뜻밖의 적막에 소리가 스스로 놀란다. 여느 때면 소란스러움에 묻혔을 소리들이 어색하게 공간에 드러난다.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립지 않을  없다. 나는  복도가 그립다.




L사의 인재개발원에 근무하던 시절, 2020년 6월에 썼던 글임을 밝힙니다.



작가의 짧은 글이 궁금하다면

https://twitter.com/chanr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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