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란 Aug 23. 2022

가장 멋진 날, 죽음을 떠올리는 이유에 대하여

나는 틀림없이 죽을 테니까

이 글은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입니다. 반말로 작성된 점에 대해서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나는 틀림없이 죽을 거야.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 그냥 그렇다는 말이야. 이건 더하거나 덜할 것 없는  그냥 하나의 사실일 뿐이야. 당장 죽겠다는 자살 선언은 아니야. 하나의 자연 현상으로서 나는 틀림없이 ‘언젠가는’ 죽을 거야. ‘어떻게’ 죽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지. 표현을 고민하다가 반드시 죽을 거야.라고 말하면 어감이 조금 이상해서 나는 틀림없이 죽을 거야라고 말해봤어.


나는 틀림없이 죽을 거야

음. 역시 썩 나쁘진 않네. 내가 의도한 정도의 덤덤함과 건조함이 느껴진다. 참, 그리고 당신도 틀림없이 죽을 거야. 물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갑자기 어느 날 영생의 길이 짜잔, 하고 생길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높은 확률로 우리는 그 세상을 만나지 못하고 죽을 거야.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사실 영생은 죽음만큼이나 무시무시한 일이 될 수도 있어.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어쨌든 지금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나는  자신이나 당신을 겁주려고 하는  아니야. 그냥 차분하고 담담하게 필연적으로 발생할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야.


조금 다르게 표현해볼까? 우리는 결국 모두 시한부의 삶이야. 길든 짧든, 남은 날을 알든 모르든 말이지. 이렇게 말하면 불치의 병으로 정말 시한부의 삶을 살고 계신 분들께 죄송하긴 하다.(죄송합니다. 마음에 상처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에요.) 그러나 어쨌든 이것도 사실이잖아? 갓 태어난 아기도 100년을 넘지 못하는 시한부 삶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너무 비관적인 관점 아니냐고? 아니야. 이건 그냥 객관적인 사실일 뿐이야. 그리고 나는 이 사실을 어둡게 보지 않으려고 해.


나는 틀림없이 죽을 거야.

잊을만하니 또 이야기하니 조금씩 짜증이 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자꾸 이야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 당신도 한번 되뇌어봐. ‘나는 틀림없이 죽을 거야’라고.


어때, 기분이 조금 이상하지 않니? 갑자기 먹먹하고, 슬픈 기분이 들지 않니? 사물이 다르게 보이고 평소에는 생각도 안나던 사람들이 떠오르니? 물론 이런 생각을 자주 해봤다거나 상대적으로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어. 그러나 대개는 굉장히 갑작스러운 슬픔과 우울감에 빠질 수도 있어.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해. 그러니까 여기서 멈추지 말고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자. 당신도, 나도 틀림없이 죽을 거니까.


그러면 이제 질문을 던져볼게.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걸까, 죽어가고 있는 걸까? 틀림없이 죽고 말게 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금 읽고 있는  질문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을 떠올린대도 좋아.  글을 읽은 당신의 나이가 10대여도 좋고, 20대여도 좋고 나와 비슷한 30 중후반의 또래여도 좋고,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이어도 좋아. 나의 질문들에 대답을 당장 떠올리는 일은 하지 않도록 하자. 그냥 가만히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겨보자.  행동과 생각으로 인해 무엇이든 변할 거야. 나는 좋은 쪽으로 변화가 생길 거라고 확신해.


특히 밝은 낮에, 가장 멋진 날에, 화창한 하늘 아래, 선선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불 때 고요히 이 질문을 던져보자. 나의 생명이 가장 찬란할 때에 죽음에 대해 사유해보자.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곧 삶에 대해 고민한다는 거야. 이 두 가지는 결코 다른 것이 아니야. 그러니 이 글은 비관적이고 슬픈 내용이 아니야.


자, 다시 해볼까?

나는 틀림없이 죽을 거야.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걸까, 죽어가고 있는 걸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image source: https://unsplash.com/photos/BXOXnQ26B7o

이전 19화 오늘 어른이는 삶이 너무 고단하고 치졸해서 죽고 싶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