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기의 교육 - ① 교육의 시작
아동기에 육체 활동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힘을 키웠던 에밀은 이제 소년기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교육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억지로 하지 않아야 한다. 많은 사전작업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도입이 필요하다.
“(아이는) 정력의 출구를 찾는 육체의 활동에 이어, 지식을 추구하는 정신의 활동이 나타난다. 처음에 아이는 안절부절할 뿐이지만, 이윽고 그에게는 호기심이 싹터 오른다.”
호기심은 배움을 시작하는 첫 걸음이다. 호기심이 아니라면 배움에 대한 동력은 강제적인 압력이 있을 뿐이다. 이런 강제적 압력은 배움을 피동적인 활동으로 만들고, 아이는 이내 “엄마가 원한다면 배워 줄게”라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모든 사람은 호기심이 있다. 반드시 그렇다. 만약, 호기심이 없는 아이가 있다면 대개는 이전에 잘못된 경험으로 인한 피해를 겪었다고 의심된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한글에 관심을 가졌더니 부모가 당장 “가나다라”가 써 있는 한글자모 표를 가져와서 공부하도록 시키거나, 숫자에 호기심을 보였더니 구구단을 외우게 하는 등의 경험을 통해서, 함부로 호기심을 갖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몸으로 겪은 경우가 그렇다.
그러므로 아이가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잘 관찰하고, 적절한 경험을 하도록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도 또, 조심해야 한다. (조심하라고 너무 강조하여 답답할 수 있지만, 조금만 더 참을 필요가 있다. 처음에 조심하면, 반드시 아이를 교육하는 것은 시간이 갈수로 쉬워진다!) 호기심이라는 욕망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박식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욕망에 의거할 뿐인 지식욕도 있고, 가까운 것에서부터 멀리 있는 것에까지 모두 흥미를 가지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갖는 호기심으로부터 생겨나는 지식욕도 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선천적인 욕망이 있는데, 그 욕망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없는 데에서, 인간은 그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수단을 끊임없이 추구하게 된다. 이것이 호기심의 최초의 근원이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 그저 ‘가르칠 테니 배워라’라는 자세로 가르치게 되면, 아이는 선생님의 마음에 들려고, 인정받으려고 배울 뿐이다. 이런 외적동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또한, 불필요한 인정욕구를 키워주게 되므로, 처음에 그렇게 하더라도 곧 스스로의 호기심에 의한 학습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처음에는 아주 쉬운 단계에서부터 하는 것이 좋다. 우선 테이블 그림을 보여주고, “table”이라고 말해주자. 영어가 생각보다 우리 생활에서 자주 쓰인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 “snow”와 같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영어 단어로 배워보는 것도 좋다. 몇 개의 단어카드로 아이들의 관심을 키워주고, 다른 그림카드를 보여주면서 영어로는 무엇인지 궁금해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조심해야 할 것은 아이가 지겨워지고 어려워지기 전에 배우는 활동을 그만 두어야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라고 말하면서 아이의 흥미가 지속되기 전에 그만두어서 아이가 ‘더 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한다면 성공이다. 그렇게 호기심과 흥미를 유지시켜야 다음 시간에 더 흥미를 갖고 할 수 있다.
“호기심을 길러 주려면, 결코 서둘러 그것을 만족시켜 주어서는 안된다. 그의 능력에 맞는 문제를 내어, 스스로 그것을 풀게 하는 것이 좋다. 무엇이든, 당신이 가르쳤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납득하여 아는 식이 되어야 한다. 그는 학문을 배우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 그의 머리 속에 이성 대신 권위를 집어 넣는다면, 그는 이성을 작용시킬 수 없게 될 것이다.”
흔히 phonics라고 말하는 영어 읽는 법도 정확하게 그렇다. ‘cat’을 어떻게 읽는지 궁금해하면 선생님이 “’a’는 짧은 소리가 날 때는 [애], 길게 소리가 날 때는 [에이]라고 읽어.”라고 가르친다. 부모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가르치지 못하므로 phonics교재를 구입하거나 학원에 보낸다.
그보다는, 고양이 그림을 보여주고 [캣]이라고 알려주고, “cat”이 써있는 카드를 보여주면서 [캣]이라고 읽어주어야 한다. 여러 카드를 하면서 아이는 또 케익 그림을 보고 [케이크]라고 듣고, “cake”를 보고 [케이크]를 듣게 되면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c”가 [ㅋ]소리가 나는가 보다. “a”는 [애]소리가 날 때도 있고, [에이]소리가 날 때도 있는가 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의 활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처음 이렇게 시작하게 되면 아이들은 곧 phonics를 배우게 된다. 처음에 판을 까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잘 짜여진 판은 지속가능하며 자가발전하게 된다.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교육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