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퀴어'로 살아가는 사람들

퀴어는 운동인가, 자연스러움인가

by Sherlock Park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조금씩 적응이 되고 있는 부분과 아직 깜짝깜짝 놀라는 부분들이 있다.


먼저 적응이 되고 있는 영역을 꼽으라면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여성들의 모습이다.

처음에는 힐끗힐끗 쳐다보며 놀라곤 했는데 자주 이런 상황에 노출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사실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꼭 착용해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찌 되었든

하고 안 하고는 그들의 자유 아니겠는가.

한국사회의 다소 경직된 젠더 문화에서 좀 더 자유로운 문화로 옮겨가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적응이 잘 되지 않고 있는 부분은 여성 옷을 입은 남성들을 볼 때이다.


개인적으로 한국문화에서 여성들이 옷의 선택에 있어 남성들보다 좀 더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바지나 정장, 넥타이는 남성과 여성 모두 입거나 맬 수 있지만 남성들은 치마를 입지 못하고

배꼽티도 입지 못한다.

이렇듯 남성만을 위한 옷의 유형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남성의 옷을 입은 여성은

잘 보이지 않는 반면 여성의 옷을 입은 남성은 눈에 확확 들어온다.


지난주 토요일 맨체스터 미술관에 갔을 때다.

입구에서 미술관 직원이 아주 예쁜 원피스를 입고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사회에서 원피스는 여성의 옷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 모습은 약간의 놀람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나의 마음을 곰곰이 살펴보니 단순히 남성 또는 남성의 외양을 가진 사람이 원피스를 입은 상황에

놀랐다기보다,

미술관이라는 맨체스터시의 공공시설물의 직원이 일터에서 퀴어(Queer)를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에

좀 더 놀랐다.

우리나라 도서관이나 미술관에는 복장 규정이 있었던가?

회사에서 지급하는 유니폼이 없다면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단정한 복장'을 직원들에게 요구했을 것인데

적어도 한국문화에서 남성에게 원피스는 결코 단정한 복장은 아닐 것이다.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 LGBTQ는 주로 축제나 도심의 집회에서나 볼 수 있고 일상에서는 쉽게 보기가 어렵다.

한국사회의 경직되고 비포용적인 문화가 그들이 일상에서 활동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고

이에 그들 또한 평소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이 모인 곳에서는 '다수의 힘'을 등에 업고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 영국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퀴어들을 접한다.

원피스를 입은 남성들, 배꼽티를 입은 남성들, 망사스타킹을 신은 남성들 모두 축제나 집회가 아닌

일상에서 접했던 사람들이다.

만일 내가 이 사람들을 만나 혹시 퀴어라는 단어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이들은 뭐라고 답을 할까?

물론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알지만 왜 그 질문을 나에게 하는지 오히려 되묻지 않을까?


영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국사회가 남녀의 성역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아직 자세히 알기 어렵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보다는 덜 고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성은 이런 옷을 입어야 하고 여성은 이런 행동을 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희미하다 보니

한국사회처럼 퀴어가 '기존 가치관에 대한 도전'처럼 어떤 사회적 운동의 하나로 제시되기보다

그냥 일상에서의 자연스러움으로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미술관의 저 직원은 그날 날씨가 좀 더워서 바람이 잘 통하는 옷을 입었을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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