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VS 몸의 본능

담배 광고 변천을 통해 바라 본 메시지와 메시지 수용 환경

by Sherlock Park

영국에서 거리를 걷다 보면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서서 피우는 사람, 걸어가면서 피는 사람, 심지어 어린 자녀를 유아차에 태운 채 담배를 피우는

부모도 본다.

일반 담배, 전자 담배뿐 아니라 이상한 물질의 냄새도 맡게 되는데 아내는 그것이 대마 냄새라고 한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맨체스터 거리는 인도가 좁아 이러한 연기에 더욱 취약하다.

21개월 된 아기를 유아차에 태워 갈 때는 이러한 연기들에 더욱 민감해진다.


지난주 런던에 있는 '디자인 뮤지엄(the Design Museum)'에 갔었는데

담배 광고의 변천에 대해 소개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1940년대나 50년대에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도록 유도하는 게 담배광고의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흡연에 대한 경고메시지와 경고그림을 담뱃갑에 삽입함으로써 사람들이 담배를 덜 피우도록 하는 게 담배 광고의 주역할이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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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담배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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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담배 광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되도록 물건이나 서비스를 많이 팔도록 광고를 설정하는 게 일반적인데

담배만큼은 역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경고메시지와 경고그림을 담뱃갑에 표기한 이후 그만큼 사람들이 담배를 덜 피우게 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여러 연구자들이 이 부분에 연구를 했겠지만 단순히 담배 판매량이나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정보로

이견이 없는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이곳 영국에서의 거리 풍경은 비록 담배가 몸에 나빠도 '내 인생은 내가 즐긴다'가 더 강력해 보인다.


그래서 '담배는 건강에 해롭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후두암에 걸린 사람 사진이 삽입된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는 사람을 보며

어쩌면 메시지는 그냥 메시지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눈과 귀를 통해 우리의 행동을 유발하는 정보들을 수령하여 뇌에 전달하더라도

이미 우리 몸이 어떤 감각에 중독이 되어 있거나 오래된 습관에 절여 있다면,

뇌에서 적절한 명령을 내리지 못하거나 설사 명령을 내리더라도 몸이 반응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사실 우리 주위에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 메시지들은 넘쳐난다.

담뱃갑의 경고 메시지처럼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하는 정보뿐 아니라

가정에서의 교육, 학교에서의 가르침 등도 우리가 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이끄는

메시지들이다.

그런데 대부분 우리는 메시지 내용과 메시지 전달에만 치중할 뿐 메시지를 수용하는

사람의 환경에 대한 고민은 덜하다.

담배가 위험하니 피지 말라고 말했다가 끝이 아니라 이렇게 전달한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 병행되어야 한다.


요즘 어린 아들이 고집이 점점 세지면서 말을 안 듣기 시작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조금 의문이 풀렸다.

메시지의 적절성(이 물건은 위험해)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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