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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나남편 Nov 04. 2019

하루면 충분한 라트비아 리가 여행

올드타운 볼 것, 생각할 것, 먹을 것

발트 3국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 올드타운 하루에 구경하기!




House of the Black Heads 시청광장


House of the Black Heads, 십자군 복장을 하고 있는 흑인

드디어 리가의 첫날이 밝았다. 우리가 가장 먼저 찾아온 곳은 시청광장이다. 이 광장에는 리가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인 House of the Black Heads를 만날 수 있는데, 인터넷에서 리가 여행을 검색하면 쉽게 볼 수 있는 나란히 서있는 두 개의 바로크 양식 건물이 바로 이곳에 있다.


14세기부터 활동한 흑인 성인을 내세운 길드 Brotherhood of Blackheads에 속했던 곳으로, 입구에 십자가를 들고 있는 흑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1941년 독일에 의해 폭격당해 부서진 뒤 소련에 의해 철거되었지만 라트비아 독립 후 1995년부터 예전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마침 우리가 방문했을 때 보수 공사 중이어서 일부만 볼 수 있었다. 


듀렌달을 들고 있는 롤랑, The Song of Roland의 삽화(출처: 위키피디아)

길드 건물 앞 시청 광장 가운데에는 칼을 들고 있는 기사 석상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롤랑(Roland) 혹은 올란도 라 불리는 프랑스 성기사이다. 8세기에 프랑스 십자군을 이끌었던 유명한 장군으로 전설에 의하면 동료의 모략에 의해 피레네 산맥에서 전사한 실존 영웅이라고 한다. 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The Song of Roland'라는 시로 쓰여 유럽에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검 듀렌달을 갖고 있었다고 하는데, 석상에서 역시 그는 오른손에 듀렌달을 몸 가까이 붙여 들고 있었다.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독일에서부터 이곳 발트해 연안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한 상인들의 모임인 한자 동맹(Hanseatic League)이 있었는데, 롤랑은 그들을 지켜주는 상징적인 인물이었고, 그러한 이유로 상인들에 의해 그의 석상이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성 피터 성당 & 리가 대성당 St. Peter's Church & Riga Cathedral



성 피터 성당 첨탑, 첨탑에서 내려다본 풍경(출처: 위키피디아)

광장 구경 후 높은 첨탑을 갖고 있는 성 베드로 성당으로 향했다. 리가 지역의 루터교 주교자 성당, 즉 가장 높은 성직자가 계신 곳이라고 한다. 들어가서 성당 내부를 구경할 수 있고, 연주회가 열릴 때는 공연 관람을 할 수 있다. 또한 이 성당은 리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첨탑 전망대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림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 동상

성당 뒤편에는 아주 귀여운 동상이 있는데, 이는 그림형제(Brother Grimm)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Town Musicians of Bremen)에 나오는 당나귀, 개, 고양이와 수탉이다. 동상은 도둑을 위협하기 위해 그들이 협력했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왠지 당나귀 주둥이를 만지면 행운이 올 것 같아서 우리 둘 다 열심히 만져주었다.



리가 대성당의 멋진 모습

성 피터 성당을 지나 다시 올드타운의 골목에 들어선다. 멀리 보이는 시계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멋진 시계탑이 있는 건물은 리가 대성당이다. 이곳 역시 가톨릭 성당이 아닌 루터교 성당이다. 에스토니아와 마찬가지로 북유럽에 유행했던 루터교의 영향을 받았던 탓에 올드타운에 큰 성당들은 대부분 루터교 교회이다. 대성당 옆으로 귀여운 동물들 동상들이 미로를 탈출하고 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Three Brothers & Swedish Gate 특별하진 않지만 의미 있는 건물들


Three Brothers와 Swedish Gate

리가의 올드타운을 거닐다 보면 나란히 서있는 3개의 바로크 양식 건물을 만날 수 있다. 골목이 크지 않아 무심코 걷다 보면 그냥 지나치기 좋지만, 그 앞에는 늘 관광객들이 모여있기에 찾기 어렵진 않다.


House of Black Heads에 비해 좀 평범한 디자인으로 뭔가 큰 감동을 줄 정도로 이쁘진 않지만 Swedish Gate, 탄약고와 같이 이 거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유명하다고 한다.


스웨덴 게이트(Swedish Gate)는 Three Brothers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중세 이후 러시아가 지배하기 전 스웨덴 제국이 북유럽 전역을 지배하던 시기인 17세기에 만들어진 건물 형태의 성문이다. 살짝 기울어진 건물의 외관이 4백 년 이상 된 건물의 나이를 느끼게끔 한다.




Cat House 리가를 상징하는 화난 고양이 상


질투에서 시작해 이제는 리가의 상징이 된 고양이 Cat House

리가 기념품 숍에 가면 뾰족한 지붕 위에 꼬리를 바싹 세우고 있는 화난 고양이 상의 사진과 마그넷을 쉽게 볼 수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재미있는 사연이 있는 이 고양이 상은 화난 모습으로 앞 건물을 뚫어지라 내려다보고 있다.


이 화난 고양이가 지붕에 올려진 사연은, 어떤 부유한 장사꾼이 큰 길드(장사꾼 모임)에 가입하려고 했는데 거절당하자 그 화를 표출하기 위해 자신의 건물에 고양이를 올렸다고 한다. 원래는 길 건너 있는 길드 건물을 향해 고양이가 똥 싸듯 엉덩이를 향했으나, 길드로부터 항의를 받아 지금은 머리 방향으로 돌려놓았다고 한다. 


건물의 꼭대기에 있기 때문에 건물 아래서는 보이지 않고 조금 떨어진 Kaļķu iela 거리에 있는 관광 안내소  광장에서 약간 북서쪽 방향으로 건물을 바라보면 고양이를 찾을 수 있다.




The Freedom Monument 자유를 상징하는 여인의 상

라트비아의 독립 전쟁 희생자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비

올드타운에서 벗어나면 높은 탑 위에서 하늘을 향해 3개의 별을 하늘 높이 들고 있는 여인 상을 만날 수 있다. 석상에는 'Tēvzemei un Brīvībai'이라 쓰여있는데, 이는 조국과 자유를 의미한다.


에스토니아와 마찬가지로 18세기부터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던 라트비아도, 1917년 러시아 제국을 무너트린 러시아 혁명으로 인한 지배 공백 틈을 타 1918년 라트비아 독립 선언을 한다. 이후 에스토니아, 독일, 폴란드의 지원을 받고 러시아와 싸우게 되는데, 이때 벌어진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1935년에 이 기념비를 세웠다고 한다.


기념비가 세워진 후 라트비아가 다시 소련에 의해 지배받게 된 후 두 차례 파괴될 위기가 있었지만 소련의 조각가 베라 무크히나의 만류와 라트비아 인들의 분노를 일으킬 것 같다는 우려에 그 위기를 이겨내고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Chain of Freedom(Baltic Way) 자유를 위한 그들의 외침 (출처: 위키피디아)

자유 기념비로 근처에는 누군가의 발의 본을 떠놓은 작품이 길에 놓여있다. 어떤 유명인의 발인가 자세히 들여다봤다. 새겨진 문구는 'baltijas ceļš 23.08 1989 TALLINN RIGA VILNA'. 이는 'Baltic Way' 혹은 '자유의 고리'라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사람들이 모여 인간띠를 만들었던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이 인간 고리는 총 675.5km의 거리를 총 2백만 명의 사람이 동시에 1989년 8월 23일에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여 손을 잡아 만들어진 엄청난 평화 시위였다고 한다. 제1차,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소련과 독일에 빼앗겼던 자유를 되찾고자 3국의 국민이 힘을 합쳤던, 정말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매년 8월 23일은 발틱 3국 공동으로 공산주의와 나치즘의 희생자를 위한 기념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Bastejkalna Park 리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


평화로운 도시 속 공원의 모습

영어로는 Bastion Hill 공원으로 불리는 이곳은 리가 도시 중심에 위치한 리가에서 가장 멋진 공원이다. 아래로 운하가 흐르고 위로는 언덕이 있어서 강아지들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운하를 따라 공원을 거닐다 보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다리들을 만날 수 있고, 이쁘게 꾸며놓은 꽃 장식들을 볼 수 있다. 메인 운하에는 고풍스러운 보트가 다니는데, 티켓을 구매한 뒤 보트를 타고 공원을 구경할 수 있다.


사랑의 서약을 담은 자물쇠 다리

몇 백 개의 자물쇠가 걸려있는 연인의 다리를 만날 수 있는데, 다리에 빼곡하게 걸려있는 많은 자물쇠를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자물쇠가 영원한 사랑의 서약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참 흥미롭다. 사랑의 자물쇠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유럽에서는 2000년 'I Want You'라는 이탈리아 소설에서 소개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로 종은 다르지만 사랑하고 있는 오리 커플

아까부터 귀여운 오리 한 쌍이 서로 떨어지지 않고 꼭 붙어 다닌다. 너희들도 혹시 여기 사랑의 자물쇠 하나 걸어두었니?




Parunāsim kafe'teeka

올드타운 골목 속 숨어있는 분위기 있는 카페

골목 속에 숨은 보석같은 파티오가 있는 카페 Let's Talk

오전부터 오후까지 부지런히 올드타운을 누비고 다녔더니, 조금 허기가 진다. 어딘가 분위기 좋은 곳을 찾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된 곳. 어둡고 좁은 골목을 지나고 나니 건물 안쪽에 분위기 좋은 파티오를 만날 수 있는 카페 Parunāsim. Parunāsim는 라트비아 말로 'Let's Talk'라는 의미이다.


분위기 있는 실내와 판매하는 주류

파티오를 지나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청담동 와인바에 온 것 같은 분위기 있는 카페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크루아상 같은 빵과 커피를 판매할 뿐만 아니라 맥주 같은 주류도 판매하고 있다. 우리는 조용한 2층 창가에 앉아 맛있는 빵과 와인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WIFI가 무료로 제공되니 인터넷이 없는 사람들은 이곳에 잠시 들러 정보를 찾기에도 좋을 것 같다~


와인 인심 좋은 카페


겁나신나부부와 함께한 리가 원데이 투어는 시그니쳐 사진으로 마무~리!


자유의 기념비 앞에서 시그니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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