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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나남편 Dec 03. 2019

라트비아 사랑의 동굴 이야기

투라이다의 장미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시굴다라는 마을에는 강을 사이에 두고 투라이다 성과 시굴다 성이 서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발트삼국에서 가장 크고 깊은 동굴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동굴에는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한 젊은 두 연인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더 유명하다고 합니다.


때는 1601년 스웨덴과 폴란드가 라트비아를 두고 전쟁을 치르던 시절, 투라이다 성은 스웨덴 군이, 시굴다 성은 폴란드 군이 각각 점령하여 서로 대치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투라이다 성에는 '투라이다의 장미'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마야라는 이름의 젊은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폴란드가 주둔하고 있는 시굴다 성의 정원사 빅토르와 사랑하는 사이였고, 그들은 밤이면 이 구트마니스 동굴에서 몰래 연애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한 폴란드 탈영병 야쿠보브스키는 그녀에게 청혼을 했고 그 청혼을 거절한 마야에게 분노한 그는 강제로 그녀를 취하기 위해, 빅토르인 척 가짜 편지를 마야에게 보내 평소와는 다른 시간에 그녀를 이 동굴로 오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런 사실도 모르고 가짜 편지에 속아 빅토르를 보기 위해 동굴로 찾아온 마야는 야쿠보브스키의 나쁜 의도를 눈치채고 순결을 지키기 위해 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는데요,


만약 내 목에 걸려있는 이 마법의 스카프를
칼로 내리쳐 찢을 수 있다면 당신의 아내가 되겠어요.
하지만 이 스카프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
나를 그냥 보내주세요


그 당시 중세 사람들은 마법의 힘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야쿠보브스키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그녀를 얻기 위해 결국 있는 힘껏 스카프를 칼로 내려쳤고, 그녀를 죽이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는 그 충격에 숲 속으로 들어가 자살을 했지만...


그날 밤 평소와 같이 마야를 만나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동굴을 찾았던 빅토르는 그녀의 시체를 보고 놀라 투라이다 성에 그녀의 시신을 안고 갔고, 오히려 살인범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야쿠보브스키의 만행을 모두 지켜보았던 동료의 증언으로 빅토르는 누명을 벗을 수 있었지만,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그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다고 합니다.


조금은 진부한 이야기지만 구트마니스 동굴에서 살해된 마야의 재판 기록이 후에 발견되었다고 하니 실제로 존재했던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탓에 '투라이다의 장미'를 애도하기 위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하는데요.


이곳에 가면 동굴 입구에 앉아 슬프게 색소폰을 불고 계신 어르신을 만날 수 있는데요.


혹시 그가 마야를 사랑했던 빅토르는 아닐까요??

구트마니스 동굴의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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