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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만 몰랐다

스타트업 아포칼립스: 회사가 무너질 때, 리더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②

by 승준


회사는 조용히 무너졌습니다.
슬랙엔 하루 몇 줄의 메시지만 올라오고, 회의는 줄고, 채용은 멈췄습니다.
누군가는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누구도 정확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을 숨기는 것'은 단순한 판단이 아닙니다.
그건 사람들의 시간과 선택권을 빼앗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다음 직장을 알아볼 기회이자, 삶을 정리할 최소한의 여유입니다.


대표는 알고 있었습니다.
계좌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는지, 내부 의사들이 무엇을 준비 중인지, 자신의 지분과 계약 조건이 어떻게 정리될 수 있는지를요.

하지만 그는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확실치 않아."
"괜히 혼란만 줄 수도 있어."
"내가 조금만 더 버티면 정리될 수도 있어."


그 침묵은 정당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는 준비했고, 직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일했다는 사실.

누군가는 이직을 준비할 수 있었고,
누군가는 잔류를 결심하며 전략을 짤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표는 ‘시간을 통제’함으로써 구성원을 통제했습니다.


급여일을 넘긴 뒤, 구조조정 통보를 하고, 뒤늦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경영이 아닙니다.
사람을 이용한 거래에 가까운 행동입니다.

정보를 공유한다는 건, 함께 책임지겠다는 뜻입니다.
시간을 준다는 건, 사람의 삶을 존중한다는 표현입니다.
그 두 가지를 놓친 순간, 신뢰는 완전히 끊깁니다.


“우리가 몰랐던 동안, 그는 준비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단순히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떠나게 됩니다.

당신이 침묵으로 지킨 건, 회사였습니까? 아니면 자신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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