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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척 하다가, 회사를 조용히 말아먹은 사람들

스타트업 아포칼립스 : 착한 사람 병 ①

by 승준

이 회사엔 나쁜 놈은 없었다.
대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착한 인간들만 가득했다.


회의에서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슬랙에서는 박수 이모지가 터졌고,
보고서에는 "좋은 방향입니다"란 말만 넘쳐났다.


근데,
실행은 없었다.
책임도 없었다.
방향도 없었다.


계획은 말뿐이었고,
일은 결국 누군가 '일할 줄 아는 바보'에게 쏠렸다.
죽어나가는 건 늘 일하는 놈들뿐이었다.


갈등은 없었다.
당연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니까.


“그건 좀 더 고민해보죠.”
“지금은 말해봐야 분위기만 깨잖아요.”
“굳이 이 타이밍에 문제 제기할 필요 있을까요?”

이따위 말들만 돌았다.


그렇게 착한 사람 병은 번졌다.
불편한 말은 자르고,
이견은 사각을 깎고,
웃는 낯짝 뒤로는 온갖 짜증과 피로가 쌓였다.


누구도 진심이 아니었다.
모두가 민폐 안 끼치고, 착한 사람으로 남기 위해
입 다물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 착함은
결정 못 하게 만들었고,
실행 못 하게 만들었고,
팀워크를 다 조져버렸다.


성과는 땅바닥에 쳐박혔고,
조직은 질질 끌렸고,
남은 건
“그래도 우리 분위기 좋잖아”라는 개소리뿐이었다.


착한 사람 병은 병이다.
이 병은,
회사를 조용히, 아주 천천히 썩어 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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