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아포칼립스 :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리더십 ③
사람들이 떠난다.
좋은 사람일수록 먼저 나간다.
능력 있는 사람일수록 빨리 알아차리고 사라진다.
남는 건,
대표의 말에 익숙한 사람들과,
생존을 위해 침묵을 배운 사람들뿐이다.
리더는 말한다.
“우리는 자유롭고 따뜻한 문화예요.”
“우린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예요.”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그 ‘문화’라는 이름 아래,
말할 수 없는 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비판은 “분위기 해치는 말”이 되고,
질문은 “왜 그런 걸 꼭 짚어요?”가 되고,
제안은 “조금은 기다려보자”로 무력화된다.
모든 감정은 대표의 정서에 맞춰야 한다.
그는 갈등을 싫어하고,
질문을 불편해하고,
다른 의견을 ‘개인적 거리감’으로 느낀다.
그래서 조직은 말이 사라진다.
다들 알고는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조직문화’를 지킨다는 이유로
대표의 감정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암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상한 건,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데도
대표는 조직을 ‘건강하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는 불편한 피드백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린 참 괜찮은 분위기죠?”라는 말에
누구도 아니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그걸
‘문화가 잘 정착되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실상은
모두가 감정을 조율하는 데 지쳐버렸을 뿐이다.
회의 시간은 짧아졌고,
말은 간단해졌고,
사람들은 적게 말하고 조용히 이직 준비를 한다.
대표는 묻는다.
“요즘 너무 다들 잘해요. 팀 분위기도 좋고.”
그건 진짜일까?
아니면
그 누구도 이제 더 이상 말하지 않게 된 걸까.
가끔 누군가 말을 꺼낸다.
“우린 좀 정리할 필요가 있어요.”
“이 부분은 기준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의 구조는 비효율이 많습니다.”
그러면 그는 말한다.
“조직을 너무 시스템화하진 말아요.”
“사람 냄새 나는 조직이 좋잖아요.”
“우린 스타트업이니까.”
그 말은 멋지게 들린다.
하지만 그 말로,
모든 정비는 미뤄지고,
구조화는 회피되며,
결국 ‘대표가 편한 구조’만 남게 된다.
그리고 그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사람 중심이에요.”
그 말이
누구의 ‘사람’에 맞춰졌는지를
묻는 사람은 없다.
조직문화는 분위기가 아니다.
사람들이 마음 편히 ‘말할 수 있는 구조’다.
누군가의 감정을 지나치게 배려하게 만드는 문화는
문화가 아니라 침묵의 지침서다.
회사는 자라야 한다.
사람도 자라야 한다.
그리고 대표도 함께 자라야 한다.
하지만 지금,
자란 건
대표의 영향력과 통제력뿐이다.
당신은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까?
아니면 사람을 조용히 만드는 법을
퍼뜨리고 있는 것입니까?
조직이 조용한 이유는
건강해서입니까,
아니면 익숙해서입니까?
사람이 떠나고 있다면,
그건 문화 때문이 아닙니다.
말할 수 없는 분위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