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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편지 : 하프 타임!

이제 전반전은 끝이 났다. 잠시 숨을 고르고 후반전을 생각하련다.

"삐이~삐~~삑!" 심판은 손을 들어서 "타임 오버!"를 외치고, 스피커에서는 전반 종료 하프타임을 알렸다!

지금 내 심장은 심하게 맥질을 하고, "후우!" 숨은 몹시 차오르지만 난 주먹을 꽉악 쥐고 코트 위를 걸어서 벤치에 앉았다! 팽팽하던 두 다리가 긴장감을 잃어 맥이 풀리면서 털석 주저 앉은 벤치에서  턱끝까지 차버린 숨을 거칠게 몰아 쉬고 고개를 숙이고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면서 "잘 뛰었다. 그래, 잘했다!"를 속으로 되뇌였다. "그래, 좋아!" 고개를 들어서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물병을 받아 바짝 말라버린 목구멍에 벌컥벌컥 쏟아 넣고는 손등으로 입술을 닦으면서 눈으로는 코트를, 귀로는 흥분된 벤치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후반전을 생각한다.


지금 내 발목은 시큰거려서 두근거리고, 성치못한 허리는 당겨오지만 아직 내 두 다리엔 힘이 있다. '그래, 난 포기할 생각이 없다! 난 코트 위에서 마지막 휘슬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서 신명난 한판을 뛸거다! 그래, 그럴거다! 화이팅!'

선잠을 꾸고 일어 났나? 나는 가끔 이런 장면들을 꿈꾸곤 한다. 꿈인지 현실인지도 모를 정도로 생생한? 그래, 난 별 생각이 없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그리고 이 세상에 정해진 그 무엇이 존재 하는지? 아닌지?도 말이다. 그래서 그땐 몰랐다. 2009년 3월2일 수업중에 나는 쓰러져서 깨어나 보니 일주일이 흘러 있었고, 정신도 기억도 없이 며칠을 "어버버!" 말도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이렇게 겁을 낼 여유도 없었다. 그래,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마치 하프타임이 처음 시작될때 처럼...


그래서 2009년엔 아무것도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없는 것만 같았다. 팽팽하던 두 다리가 맥없이 풀려버리듯? 하지만 그래도 정신을 차리려고 땀으로 범벅이된 얼굴을 닦아 내듯이 나는 고개를 돌려 꿈꾸던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0년은 그냥 생각에만 머물렀던 일들을 했다. 그냥! 톱과 망치 그리고 끌을 들어서 가구를 만들었고, 그저 상상속에만 머물러 있었던 제천 간디학교에 지원을 했던거다. 그리고 그동안 타는듯 목 말랐던 목구멍이 벌컥벌컥 물을 삼켰던 것처럼  2011년과 2012년에는 선생이 되어서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할수 있었다.과학, 농구, 수영, 목공, 아이들과 3일을 걷고,  지리산과 설악산을 오르고 또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두달간의 필리핀 체험학습을 했던 것이다.그런데 "아뿔사!" 그렇게 시원해진 입술을 손등으로 닦고나니 그동안은 잊고 있었던 발목이 부어있고 허리가 당겼듯이 2012년의 겨울이 나를 긴장시켰다.


 "사진상 뇌종양 말기인 것으로 보입니다. 여명은 6개월 정도로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분명 움찔! 했지만, 저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나는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래, 나는 마지막 휘슬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 신명나게 즐기면서 열심히  뛰어 볼거다! 나는 그럴거다!"

저는 아직도 신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또 제 삶에 대본이 이미 짜여 있는지 아닌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있을 승패에도 미련을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제가 바라는건, 휘슬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 하프타임에서 벤치에 앉아 들었던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또 최선을 다해서 뛰어보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허락해 주십쇼! 이제 곧 하프타임은 끝이나고 후반이 시작됩니다. 저는 열심히 뛸겁니다! 믿죠? 믿는거죠? 응원 부탁 드립니다!

그래, 가자, 일어서자! 화이팅!


p.s 2013년 마비가 된 몸으로 어떻게든 남은 그 6개월 동안이라도 아들놈과 놀고 싶다는 생각에 재활에 집중하는데 갑자기 앞이 보이지를 않았고 또 맛을 느끼지 못해 삼킨 것들을 모두 토해 내야만 했던 일을 겪으면서 병명은 뇌종양에서 다발성 경화증이란 희귀병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그 6개월이란 시간에서는 벗어날수 있었지만, 서른 여덟의 나이에 영구장애를 말하는 마비된 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그 사실이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은 했지만 두려움으로 붉어져 우울증이 깊었단다. 그래서 다음 글부터는 아빠가 우울증으로 힘겨웠던 그날에 쓰여진 글들을 올려 보려고 해!


분명 "긍정"과 "자존감"이란 단어의 의미와 뜻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몸이 그 의미를 해석하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몹시도 힘이 들었던 그날들! 하지만 지금은 아빠의 몸에 의사선생님도 인정을 했듯이 기적이 일어났고, 또 웃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의도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임을 알기에 용기를 내보려구! 기적은 어떻게 일어났고, 또 우울증에서는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 그래, 그냥 적어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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