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시스템 관리 꼭 UX조직이 맡아야 하는가?

UX업무 다각도로보기 1

by char

기업은 이제 UX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앞다투어 전문가를 뽑고 전담 조직을 신설한다. 하지만 그 화려한 'UX 센터', 'UX 그룹'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민낯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실제 UX 조직은 비즈니스 의사결정에서 소외되거나, 프로젝트의 마무리 단계에서 디자인된 화면을 검수하는 심미적 교정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왜 수많은 기업에서 UX는 비즈니스의 심장이 되지 못하고 외딴섬으로 표류하는가?

나는 이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고 싶다. 한 가지의 문제로만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기업의 UX조직이 흔하게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UX업무의 역할이 애매하게 포지셔닝 된 것은 디자인 시스템이라는 운영 요소를 계속 가져가려고 하는 것 때문이라고 본다. 이건..부서의 존속을 위해서 필요한 것일까? 그런데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디자인 시스템 관리를 왜 반드시 UX 조직이 전담해야 할까?어쩌면 UX를 비주얼 업무로 보게되는게 이것 때문은 아닐까?



1. 관리에 매몰된 UX

대부분의 UX 조직은 시스템 구축 이후, 이를 유지보수하고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체크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고있다. "버튼 규격이 맞지 않는다", "가이드에 없는 컴포넌트다"라는 피드백을 주는 것이 어느새 주된 일과가 된다. 이 과정에서 UX 조직은 업무 정체성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비즈니스 부서는 UX를 파트너가 아닌, 배포를 늦추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검문소'로 인식한다. 상생이 아닌 대립의 관계 속에서 UX의 입지는 좁좁질 수 밖에 없다.


UX 본연의 가치는 가설 설정과 검증이라는 무형의 설계 프로세스에 있는데 가이드 관리에 치중하면 '규격 맞추기'라는 유형의 단순 작업이 업무가 된다. 이는 전문가로써의 성장을 저해하고 UX 조직의 전문성도 의심하게 만든다. 업무 포지셔닝의 실패케이스가 아닐까.



2. 디자인 시스템은 설계가 아닌 인프라

디자인 시스템은 초기 구축 단계에서는 설계의 영역일지 모르나, 완성하고 운영 단계에 접어드는 순간 공통 인프라 성격이 강해진다. 공장의 레일을 유지보수하는 일을 제품 설계자가 전담할 필요는 없다.


운영/플랫폼 조직으로의 이관하여 디자인 가이드를 유지보수하고 코드화하여 배포하는 역할은 플랫폼 운영팀이나 프론트엔드 공통 조직이 맡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봄)


UX 조직은 시스템의 관리자가 아니라, 새로운 사용자 패턴이나 비즈니스 요구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시스템에 반영하도록 요청하는 전략적 제안자가 되어야 한다.



3. 비즈니스 조직에 UX 인력 투입

디자인 시스템이라는 운영의 짐을 내려놓고, UX 인력은 비즈니스의 최전방으로 가야 한다.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부서에 UX 인력을 배치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UX 인력이 비즈니스 팀에서 목표를 공유하고 계획을 실행할 때 "이 화면이 예쁘고 가이드에 맞는가?"가 아닌 "이 동선이 전환율을 얼마나 높이는가?"를 함께 고민하게 된다.


기획 초기 단계부터 UX 관점이 녹아들면, 비즈니스 로직을 충분히 이해한 실행 가능한 설계가 나온다. 사업 부서는 비로소 UX를 디자인 보는 사람이 아닌, 성공을 위한 필수 인력으로 인정하게 된다.


UX가 조직 내에서 겉도는 이유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에 대한 정의가 비즈니스와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디자인 시스템 관리라는 운영의 영역을 과감히 분리하고,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전략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디자인 시스템은 인프라 운영에 맡기고, UX는 비즈니스 조직과 함께해야 한다. 그것이 UX 본연의 업무를 제일 잘 정립하고 진정한 상생을 이뤄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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