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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그리고 짧은 이야기 2
나는 나누지 않기로 했다
나눔과 받음
by
김도형
Feb 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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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웬만한 활동에는 언택트, 즉 비대면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생활에 부여한 중요 코드 중
하나이다. 이 주요 코드 몇 가지는 이제 삶을 제약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현대 문명을 반성하고 돌아보는 의미 있는 장치가 되었다.
비대면 활동 중에는 봉사활동도 포함되어 있다. 접촉을 피해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활동으로는 <선플달기 운동>이 있다. 그대로 검색하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사이트에 회원가입 후 주제별 선플달기로 들어가 원하는 기사에 선플을 달면 된다.
20개 이상의 선플을 달면 1시간의 봉사시간이 주어진다. 대신 일주일에 1시간만 인정된다.
요즘은 학교나 입사 시 직장에서도 의무적인 봉사활동이 요구된다.
혹자는 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형식적인 봉사활동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록 의무적인 활동이라도 일정한 봉사체험을 통해
봉사에 대한 이해와 접근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성장기의 청소년들은 의외로 쉽게 마음을 열고 이웃을 돕는 활동에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곤 한다.
봉사자들은 활동에 처음 참가할 때는 어떻게 도움을 제공하면 좋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나보다 불편한 사람들에게 최대한의 봉사를 베풀고 싶은 의욕도 높아진다.
그런데 몇 번의 활동 후에는 대부분의 봉사자들이 초기의 마음가짐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활동을 통해 오히려 봉사자 자신의 내면이 맑아지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충만해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간과 노동 혹은 물질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로만 이해했다가 활동 후에 나타나는 의외의 결과에 놀라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브런치에 등록하는 첫 절차 중에는 작가 소개란 기입이 있다.
처음에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 ~
사소한 풍경을 나누고자 합니다'
로 적었다.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이 태반을 차지할 것이기에 그 경험이나 새로운 생각들을 나누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 달 남짓 지나자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사실 나눌 것이 많지 않았다.
계속 이곳에 남아 글을 쓰려면 나의 생각 자체를 그저 보여주는 작업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 ~
때때로 그 길에서 만나는 풍경을 묘사합니다
'로 소개란을 바꿔 놓았다.
'~를 나누고자
합니다'라는
표현이 소박하고 아름다운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여러 작가님들과 친분이 생기고 교류하게 되자 나누어주기보다는 되받는 정보와 정서적 수확이 훨씬 컸다.
그러나 이전에는 그저 내 것을 쥐어짜듯 글을 만들어 보여주기에 바빴다.
정말 희한한 것은 교류 이후의 일이다.
작가의 방문에 걸린 글로만 알아가야 했던 작가의 세계를 댓글을 통해 보다 자세히 유연하게 파악하게 된 것이다.
즉 작가의 부엌에까지 접근하여 글의 요모조모를 살피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된 것이다.
완성된 요리만으로는 요리사의 진정한 몸짓을 알 수 없다. 그리고 깊은 배움을 선사받을 수도 없다.
예전에도 댓글 교류는 이루어졌고 이메일로도 소통했다고 한다. 그런데 댓글들이 거의 간단한 인사와 격려 말 위주였다.
작품마다 주목을 끌거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그 부분들을 조심스럽게 언급하며 소통을 이어갔다.
이에 천사표 작가님들이 호응하며 교류의 장이 활발해졌다. 물론 도중에는 소통 기술의 미숙함으로 더 이상 교류가 어려워진 작가도 있다.
또한 내가 만나고 교류한 이들은 전체 작가군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만나게 될 미지의 작가들이 수없이 많은 것이다.
언젠가는 작가 소개란을 '
~를 감사히 받겠습니다 '
로 바꾸게 될 것만 같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영감 어린 피드백이 많았다. 어설픈 주기를 내려놓으니 행복한 채움이 생겨났다. 이곳은 수많은 약초가 자생하는 신비의 치유 공간인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나누고자 했던 마음이 마침내 두세 배의 보답으로 돌아왔다.
글을 쓸수록 돌아옴도 커졌다.
결국 나의 글쓰기는 적극적으로 받는 행위이었던 것이다
.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더 이상 나누지 않습니다.
그래도 케익은 나눠야지요?~
같이 드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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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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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일어나 길을 걷다가 길 위에 눕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그 길의 풍경을 묘사합니다. 또한 구독 행위에 매이지 않고 순간의 기분에 따라 이곳저곳의 글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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