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 쓰는 법

<봄의 방정식>을 복기하며

by 김도형

(이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 방식을 기술하는 목적은 시에 관심 있거나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타인의 작업 방식이나 공간을 엿보는 것은 나름 힌트를 얻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래는 하루 전에 올린 <봄의 방정식>이란 초벌 시이다.

그리고 조금씩 수정되어 네 번째 컷까지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네 개의 컷만 올렸지만 물론 그 외의 세부적인 수정 작업도 있었다.

그러므로 처음에 읽고 간 분은 첫 번째 시를,

오늘 읽는 분은 마지막 시를 접하는 것이다.


지금은 퇴고를 마친 후 글을 발행하는 초기의 방식에서 어느 정도 글의 틀이 잡히면 일단 발행 먼저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발행 후 계속 수정을 가하는 방식이다.


이는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알고 보면 내겐 독자라 할만한 규모의 그룹이 없다. 몇몇 구독하시는 분들과는 이렇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긴장감을 가지면서 현장에서 작품을 완성해가는 나만의 묘미 있는 작업을 이해시킬 기회 말이다.



< 봄의 방정식 >


늘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는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ㅡ 아, 봄의 방정식~ 오늘 작품은 훌륭한데?


물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좀 더 다듬어야 좋겠다는 뜻인 것이다. 그런데도 일단 칭찬하는 그의 멘트가 싫진 않다. 그의 메시지에는 자세한 감상을 즉시 던지지 않는 세심함이 배어 있다.


희망은 그냥 오지 않는다는, 봄 또한 거저 오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그가 읽은 것이리라.

그것들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기꺼이 에너지를 제공하고 희생한 존재가 있음을, 그 존재에 대한 추모곡임을 간파한 것이다.


그의 언급에 절규 라는 낱말이 금속처럼 단단히 뭉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ㅡ 울림이 없군요...

오랫동안 문학 수업을 진행했던 절친 엄씨가 간단한 소감을 보내왔다.

이전의 글보다는 느낌이 없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다시 시를 손보았다.




봄이 오는 길은 그렇게 붉습니다



요즘은 가끔 동생에게도 쓴 글을 전송한다.

ㅡ '붉습니다'가 어색하면서도 눈에 들어오는데?

종종 객관적인 평을 슬쩍 던지곤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곤 한다.

어쨌든 거슬리던 부분이 딱 걸렸다.

잠시 후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ㅡ 저녁 먹었어? 처음보다 좋아졌어. 그런데 끝 부분을 좀 다르게 표현해봐도 좋을 듯해서.


이런... 보는 눈은 다 같은 모양이다.

여기서 아, 됐어!라고 외친다면 난 실패자가 되고 만다. 그들은 앞으로 피드백을 주저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기꺼이 협업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감사히 조언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은 개인 서랍 속에 들어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잠들기 전까지 다른 작가들과 댓글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이리저리 궁리해보았다.

그리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바로 수정해보았다.




봄을 대표하는 꽃이 진달래라고 해도, 산과 들이 불붙는다 해도 마지막 연은 너무 전투적으로 묘사되고 말았다.

누구는 여리여리한 봄처녀를 연상할 텐데...

카펫이란 표현도 거슬린다.





끝 연을 다시 수정해 보았다.

이렇게 시의 모습을 수정해가면서 여러 가지 감상에 젖는다.

명시란 조금도 손볼 곳이 없는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만일 그러하다면 갈 길이 한참 먼 것이다.


고치고 다시 돌아가고 바꾸어 되돌아가고.

원초적인 감흥이 조금씩 언어의 옷을 입고 형태를 갖춰가면 묘한 감동이 생겨난다.

이런 느낌은 창작자에게는 모르핀과 다름없다.


ㅡ 멋진 사진과 좋은 글 몇 줄을 목표로 해봐~

요즘 누가 긴 글 읽겠나? 글치않아도 머리 아픈데.


틈틈이 글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작은 누님의 전언이다. 그도 그렇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글의 탄생에는 반드시 합평 그룹의 조언과 비판이 따라붙는 법이다.

주변의 조언자들 덕분에 글이 망측해지는 모양새를 겨우 피하고 있다.


내일이면 시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날씨도 매일 바뀌고 기분도 매번 달라지니 말이다.



쇠기러기 발자욱이 지난 계절의 흔적으로 남았다


(글을 쓰고난 뒤 시의 후반부를 다시 고쳐보았다)



웬지 차라리 최초의 시가 덜 인위적이라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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