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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Feb 21. 2021

산다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산다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맘껏 살아낸 날들은 그저 손에 꼽아요

어느 날은 간신히 물살을 따라붙곤 했어요
나머지는 떠밀려 살아온 나날들이에
그래서 산 날이 아닌 살아진 날들이에요


계절을 단 한 번도 미리 맞이할 준비한 적이 없어요

올봄도 수 만개의 부릅뜬 새싹들을 만나고야 겨우 알았어요


처음 시작은 손에 잡히는 듯하지만

때때로 폭풍우에 휩쓸려요

자전거 페달에서 발을 떼고 싶을 때에도

속도는 줄지 않아


누구나 자신의 열차를 제어하기 어려워요

줄줄이 이어진 차들을 함부로 멈출 수는 없어요

갈림길에선 흔히 다른 철로로 접어들곤해

그것이 끌려감에 대한 유일한 저항이에요

그렇게 뻔한 불행을 끌어안곤해


회색빛 미세먼지로 가득찬 세상

오늘처럼 숨쉬기조차 힘든 날은

살아지는 것도 다행이에요


사람들의 얘기를 바로잡아주어야겠어요


산다는 것이 아니라

가끔의 사는 것과

대부분의 살아지는 것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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